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권오준 스시만 총괄주방장

요리사 최고 덕목? 정성 다하는 인성 가져야 제대로 된 맛 내죠

▷1964년 경북 청송군 진보면 광덕동 출생 ▷계명대 공중보건학과 졸업 ▷일본 스시하쯔 부주방장
▷1964년 경북 청송군 진보면 광덕동 출생 ▷계명대 공중보건학과 졸업 ▷일본 스시하쯔 부주방장'스시쇼우사이토우 주방장'스시사카에 총괄주방장'스시잔마이 주방장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호텔 일식 '만요' 총괄주방장 ▷서울 스시만 총괄주방장

"손님들이 내가 만든 초밥을 맛있게 먹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권오준(50) '스시만' 총괄주방장은 초밥(스시)에 반해 30대 초반 안정적인 일터를 뒤로하고 정통 스시의 고장, 일본으로 훌쩍 떠났다. 무모하게 보인 도전이었지만, 결국 꿈을 이루고 돌아왔다.

청송의 산골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시면서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이후 어머니와 함께 대구로 나와 어려운 형편에도 대학을 졸업,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무원이 됐음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불만족스러운 공직생활을 보내던 어느 휴일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아내와 함께 찾은 부산에서 처음 맛보게 된 스시. 평생 처음 맛보는 스시에 감동한 순간 '이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후 그는 일본에서 초밥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가족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편하게 있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아내와 함께 몇 달 치 생활비만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안정된 공무원의 길을 버리고, 스시의 맛에 이끌린 것이다. 어느덧 자신만의 기술로 일본에서 후학까지 양성하게 된 그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1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그는 꿈을 이뤘다. 제대로 된 스시의 맛과 조리법을 터득했고, 자신이 만든 스시에 만족하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흐뭇함에 젖어든다. 주변에서는 모두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강한 열정과 노력으로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다. 끈질긴 집념과 도전으로 자신의 꿈을 거머쥔 권 주방장으로부터 인생 도전기와 스시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요리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고교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가 호떡 등 간식을 만들어줬는데, 친구들이 너무 좋아했다. 고향에서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저것 만들어 내가 먹는 것보다 다른 이들에게 맛보이는 게 좋았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공중보건학을 전공한 뒤 기술직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1년 6개월가량 근무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내 길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러던 차에 아내와 함께 부산에 한번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먹어본 스시 맛에 반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낀 오묘한 맛이었다. '여기에 내 길이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강하게 다가왔다.

아내를 설득해 무작정 스시 요리를 배우기 위해 스시의 본고장인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스시 요리를 배웠나.

▶일본 도쿄로 갔다. 초밥집으로 유명한 거리라는 아사쿠사로 간 뒤 무턱대고 간판이 오래된 곳을 찾았다. 일본말을 할 줄 몰라 미리 작성한 이력서만 무조건 내밀었다. 번번이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 그 집을 찾아갔다. 스시집 사장은 마지막으로 나를 뽑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력서에 적힌 반듯한 한문 손글씨를 보고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성실하고 손재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뽑았다'고 말해줬다. 끈질긴 구애 끝에 사장이 일을 배울 수 있게 해줬다. 6개월간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무일푼으로 일한 끝에 주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주방에서 그는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더 빨리 기술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모진 순간들을 견뎌냈다. 그곳은 나중에 알고 보니 110년 전통의 유명 초밥집 '스시하츠'였다.

-스시요리와 관련해 어떤 경험을 쌓았나.

▶전통의 '스시하츠'에서 7년 동안 가장 많이 배웠다. 그곳에서 부주방장을 거친 뒤 유명한 '스시쇼우사이토우'에서 주방장을 했다. 스시쇼우사이토우는 세계적인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2개(최고점 별 3개)를 받은 스시집이다. 미슝랭가이드는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사가 발간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안내서다. 이후 직접 '스시사카에'란 스시집을 운영했고, 일본 최대 규모의 스시 레스토랑 '스시잔마이' 주방장도 거쳤다.

-최고 요리의 비결은 무엇인가.

▶요리는 무엇보다 마음이다. 신선한 재료나 간 맞추기 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음식을 해줄 때 어떻게 해주나. 바로 자식에게, 가족에게 음식을 해준다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요리사의 최고 덕목이라고 본다. 내가 다른 주방장을 뽑을 때도 인성을 가장 먼저 본다. 반듯하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가진 인성이 우선돼야 한다. 인성은 바꾸기 힘들지만, 요리는 이후라도 배우면 되기 때문이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 이성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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