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 권정생 지음/ 양철북 펴냄

경북 북부 지역이 낳은 우리 시대의 아동문학가, 청송 출신 이오덕(1925~2003)과 안동에서 작품 활동을 한 권정생(1937~2007)이 주고받은 편지글 중 27편을 골라 수록한 책이다.

두 사람은 1973년 1월 18일 처음 만났다. 당시 이오덕이 48세, 권정생이 36세였다. 그해 권정생이 '무명 저고리와 엄마'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자 이오덕이 권정생이 혼자 머물고 있던 안동 일직교회 문간방을 찾아갔던 것. 먼저 편지를 쓴 것은 권정생이었다. 제목은 '바람처럼 오셨다가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 이오덕이 먼저 찾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적었다.

이후 두 사람은 수시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이오덕은 권정생의 동화를 책으로 펴내기 위해 애썼고, 권정생은 아픈 몸을 이끌고 죽을 힘을 다해 동화를 썼다. 30년 세월을 함께하며 두 사람은 마음을 나누는 동무가 됐다.

두 사람이 나눈 마지막 편지는 2002년 11월 18일 권정생이 이오덕에게 쓴 편지다. 제목은 '이제야 세상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오덕이 세상을 떠나기 9개월 전이었다. 그리고 4년여 뒤 권정생도 이오덕을 따라 간다.

이 책은 문학 작품으로만 알려져 있던 이오덕과 권정생의 인간적 면모를 조명한다. 두 사람이 쓴 편지글은 문학 작품보다 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편지 제목만 봐도 애틋하고 아련하다. '제가 쓰는 낙서 한 장까지도 선생님께 맡겨 드리고 싶습니다'(1974년 4월 9일), '혹시 만나 뵐까 싶어 정류소에서 서성거려 보았습니다'(1976년 5월 31일), '아동문학도 온 생애를 바쳐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1981년 8월 26일). 371쪽, 1만3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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