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88달러 기부로 이화여대 움터
동네에 도토리묵 쑤어 먹인 장계향
생명 품어 안는 포월자 리더십 중요
이화여자대학교는 단돈 88달러로 시작되었다. 1883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작은 도시 라빈나에 사는 감리교인 루신다 볼드윈 여사는 해외선교부 활동을 하면서 아시아에 일본 중국 인도 외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고, 조선 여성 대부분은 이름도 없이 일만 하다가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조선 여성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소망한 볼드윈은 갖고 있던 전 재산 '88달러'를 동방의 여성을 위한 특정 헌금으로 냈다.
미국 감리교는 볼드윈의 뜻을 받들어 53세의 스크랜튼 여사를 조선 여성을 위한 선교사로 파견했다. 스크랜튼 선교사는 볼드윈의 꿈인 조선 여성을 위한 헌신을 완수하기 위해 구한말 조선 땅을 밟았다. 입학생을 구하지 못해 거듭 실패하던 스크랜튼 여사는 길거리 노숙자로 죽어가던 별단이를 치료해주고 첫 학생으로 받아들였다. 이화여대의 시작이었다.
볼드윈의 '88달러 기부'가 수많은 '이대 나온 여자'를 배출하고, 한국 최초의 여성 총리, 한국 최초의 여성 대학총장, 한국 최초의 여의사 등 다방면으로 여성 인재를 길러낸 여성교육의 산실, 곧 이화여대를 위한 씨앗을 품고 있었다.
볼드윈과 스크랜튼은 동쪽 끝 조선 여성들을 위해 바깥(세계)에서 안(조선)으로 씨앗을 뿌리고 물과 거름을 주어 열매를 맺은 주인공들이었다면 조선 중기의 여성 장계향(1598~1680)은 현모양처의 부덕(婦德)을 지키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고, 실학적 창조성을 보인 탁월한 여성이다. 장계향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병자호란과 정묘호란 등 4대 전란을 치르면서 하루에 150명 내지 300명까지 먹여살렸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 생명이 중요했다. 때로는 재물이 모자라면 도토리묵을 쑤어 먹이기도 했다. 지금도 영양 두들마을에는 350년 된 도토리나무가 있다. 가족을 돌보며 이웃과 주민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면서 동시에 동아시아 최초의 요리서 '음식 디미방'을 남긴 실학자이자 창작자이다.
경북 안동에서 고명딸로 태어나 영양 두들마을로 시집가서 10남매를 키우면서도 동네 밭을 만들어서 땅이 없는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도록 배려하는 공유적 가치도 실천했다. 21세기적 가치관이다. 흔히들 사림(士林)들은 수기안인(修己安人)이라고 해서 입으로는 내 몸을 닦아서 남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조선 중기 여성 장계향은 달랐다. 이미 400여 년 전에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어린 여종을 자신의 딸처럼 보살폈나 하면, 병이 생기면 음식을 먹여주고 스스로 익힌 의술로 약을 지어주었다. 곧 드라마화될 '신사임당'에 결코 뒤지지 않는 사랑과 예술 그리고 섬김 보살핌 돌봄 정신을 놓치지 않은 포월자(包越者)의 삶을 산 것이다. 이미 4세기 전에 모든 사람은 똑같고 내가 해야 할 일과 노비가 해야 할 일이 서로 어울려 돌아가야 한다고 본 장계향은 여중군자이자 공유할 만한 가치관을 지닌 인물이다.
경북여성 장계향은 지난 5월 1~3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회 세계한민족여성재단(코위너) 국제컨벤션에서 떴다. 경북새살림봉사회 김춘희(계명대 교육학과 특임교수) 회장은 중세시대에 현대적인 상생관을 실천한 포월자 장계향을 한국 여성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부활시켰다.
워싱턴에서 열린 코위너 국제컨벤션에서 장계향의 포월적 DNA를 물려받은 여성 리더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위기와 혼선을 바로잡는 데 힘을 합치고, 세계 속의 인재 양성에 여성들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파우스트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한다고 했다. 장계향의 DNA를 물려받은 한국 여성계 리더들이 탁월한 실력과 투명한 나눔 그리고 공유와 소통으로 대한민국을 바꿔가야 한다. 여성계 리더들이 바꿀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근 뉴욕 한인회도 사상 첫 여성회장을 배출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