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0년 만에 다시 선 교단…"도지사 할아버지처럼 큰 사람 될래요"

첫 부임 구미초교 일일교사, 4학년1만서 옛 기억 '새록'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스승의 날을 맞아 자신이 50여 년 전 첫 교편을 잡은 구미초등학교를 방문, 일일 미술교사로 수업을 진행했다. 경상북도 제공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스승의 날을 맞아 자신이 50여 년 전 첫 교편을 잡은 구미초등학교를 방문, 일일 미술교사로 수업을 진행했다. 경상북도 제공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구미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에 크레파스를 들고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나타났다. 스승의 날을 맞아 일일교사 자격으로 한 시간 동안 학생 지도를 맡은 것.

김 도지사는 50여 년 전인 1961년, 이 학교에서 미술주임으로 교편을 잡았다. 그는 대구사범 10회 졸업생으로 첫 부임지가 이 학교다. 첫 수업을 4학년 1반에서 한 인연이 있어서 1반 교실로 찾아왔다.

이날 미술시간 주제는 가족사랑. 도지사와 아이들은 그림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표현했고,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찢어지게 가난하던 초등학교 시절, 가정방문 온 담임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꿔 놓았어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으려면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그때 선생님의 말씀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아왔고, 그 덕분에 꿈을 하나씩 이뤄냈어요."

김 도지사는 교사를 하면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야간 대학에 다니기 위해 대구까지 매일 기차를 타고 왕복했던 일, 전국 처음으로 구미초교에서 태권도 수업을 진행하며 1년에 100명의 태권도 제자들을 길렀던 일화 등도 얘기했다.

이날 도지사의 지도를 받은 이유빈(11) 양은 "어릴 때 힘들게 살면서도 꿈을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도지사님 얘기를 듣고 나도 더 큰 꿈을 꾸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지사의 미술수업에는 김 도지사가 교사시절 가르쳤던 제자 10여 명도 수업참관인으로 함께 했다.

"화가가 꿈이었는데 집이 너무 어려워 미술교사가 됐습니다. 오늘 1961년 당시 19세의 나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아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우리나라를 이끌 미래의 주역들이 부단한 도전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잘 자라나기를 기대합니다." 50년 만에 교단에 다시 선 김 도지사는 1시간 수업이 짧은 듯 아쉬워하며 교실을 떠났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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