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간신' 배우 주지훈

'1만 미녀' 틈에서 호강? 밤새 촬영하느라 죽을 맛

배우 주지훈(33)은 지난해 영화 '좋은 친구들'로 쓴맛을 봤다. 주지훈을 비롯해 지성과 이광수의 연기 호흡도 좋았고, 만듦새와 내용도 꽤 괜찮았다는 평단의 반응을 얻었는데 관객의 평가는 냉정했다.

주지훈은 "'좋은 친구들'은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운 정도가 아니라 정말 사랑했던 작품"이라며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주지훈이 연기를 못 해서, 쟤 때문에 이 영화가 망했어!'라는 말을 들으면 속상하겠지만, 그게 아니라서 괜찮다"고 냉정함을 되찾으며 말을 이어갔다.

"대중의 반응은 제가 어찌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영화가 안 좋은데 흥행하는 것도 많고, 좋은데 흥행하지 않기도 하잖아요. 대중은 좋은 영화를 알아봐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영화 코드가 자신한테 맞고 좋으면 즐기잖아요."

주지훈은 다만 "흥행이 안 되면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자리에서건 얘기하고 싶은 게 많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재미있게 찍었고,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등 얘기할 것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21일 신작 '간신'으로 돌아온다. 희대의 간신이 1만 미녀를 강제 징집한 채홍사로 조선 시대의 폭군 연산군을 쥐락펴락한 사건을 영화화한 사극이다. 흥행 여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욕심이 나긴 한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 출연하기만 하면 천만 배우로 등극하는 송강호를 향한 부러움을 내비친다.

"송강호 선배처럼 천만 배우가 되면 당연히 좋겠죠. 거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웃음)

주지훈은 극 중 연산군 시대 실존 인물로 권력을 탐했던 간신 임숭재를 연기했다. 촐랑대고 아부하는 인물은 아니다. 선입견 속 떠오르는 간신의 이미지가 아니다. 욕망을 위해 나아가는 인물로 그려질 뿐이다. 주지훈은 "모든 캐릭터가 욕망을 좇는다. 감독님이 역할 분담을 각각 하게 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간신'은 노출 수위도 상당하지만, 주지훈은 노출 수위를 그리 높게 보진 않았다. "감독님이 정사 신을 에로틱하게 찍으면 안 된다고 했대요. 몸을 훑으려는 의도도 없었죠. 비록 센 정사 신이긴 하지만 정치적 상황이 안 좋고, 왕의 정적들을 내치는 모습에 더 '파격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극 중 주지훈도 옷을 벗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할 게 못 된다. 그는 "저도 노출 연기를 했는데 잘 안 보이죠?"라고 웃었다. "사실 제 노출 신은 대본에 없었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도 없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넣게 된 거예요. 숭재의 감정을 넣고 싶다는 감독님의 얘기에 홀려서 하게 됐죠. 다른 감독님들은 보통 어려운 부탁을 하면 미안해하거나 말을 잘 못 하는데 민 감독님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틈도 없이 훅 들어오세요.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얘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또 이미 출연 계약서에 사인을 했으니 어떡해요. 하하하."

헐벗은 1만 미녀를 상대해야 하니 눈이 호사(?)를 누렸을 것 같다. 남자들은 부러워하기도 할 법하다. 하지만 본인은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영화에서 사람이 많아지면 해야 할 게 많아요. 원샷, 투샷, 스리샷 등 찍어야 할 것도 많죠. 물론 아름다운 여인들과 함께 있는 게 일상생활이라면 좋겠죠. 하지만 촬영장에서 '오늘 운평 40명이 온다'고 하면 다들 '이틀 밤새워야겠네'라는 말들을 했죠. 모두 긴장 상태가 됐어요. 힘들었죠."

민 감독과는 지난 2008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에서 함께한 바 있다.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부할 수 없게 하는 힘이 민 감독에게 있다"는 게 주지훈의 생각이다. 사실 이 작품 출연 제의와 승낙의 과정도 다른 사람이 들으면 황당할 정도다.

"감독님이 '지훈아, 내가 뭘 할 건데 이거 할래?'라고 문자를 보냈고, 또 뭔가에 홀린 듯 '네!'라고 답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1시간 후 제가 다시 "그런데 무슨 내용인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고 연락해야 했어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요? 모르겠어요. 그냥 세월에 대한 확신인 것 같아요."(웃음)

민 감독을 믿고 확신하게 된 이유는 있다. 그는 "감독님이 '앤티크'에서 프리 단계부터 제일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시는 혼신을 보였다"며 "디스크가 터졌는데 누워서 찍기도 했다.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분"이라고 웃었다.

'간신'은 주지훈이 처음 캐스팅됐고, 차곡차곡 뼈대를 구성해갔다. 단희 역의 임지연과 설중매 역의 이유영이 호흡을 맞출 여자 주인공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주지훈은 자신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처지(?)였음을 밝혀 웃음을 안긴다. "촬영하기 전에 감독님한테 '감독님, 사실 제가 저분들을 잘 몰라요. 그래도 이 역할들이 저분들에게 어렵지 않겠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감독님이 '야, 나도 앤티크에서 너를 그렇게 쓴 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어요. 당연히 찍소리 말고 가만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입바른 소리를 해야 했던 간신이 소재이기도 한 영화니 던진 질문 하나 더. 현실 속 주지훈은 쓴소리를 잘하는 사람일까, 주변 비위를 맞춰주는 사람일까.

"쓴소리라기보다 친한 정도가 강할수록 친구들에게 막말하긴 하죠. 저는 흔히 배우들에게 나타난다고 하는 '자뻑' 같은 게 없어요. 또 그런 사람들과 친하기도 하고요. (류)덕환이, (김)재욱이, (이)준기 등이죠. 친한 애들이 약 올리고 이상한 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전 그런 게 좋아요. 자만하지 않고 나르시시즘에 빠지지도 않고요. 예를 들면요? 음,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키가 1㎝ 컸더라고요. 덕환이한테 '덕환아, 형은 키가 아직도 큰다?'라고 했더니, '뭐야? 이런 ××××'라고 하더라고요. 우린 장난을 과하게 쳐요."(웃음)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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