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정현주 지음/ 예경 펴냄
이 책은 화가 김환기와 그의 부인 김향안의 삶과 예술을 통해 사랑 그 자체에 대한 본연의 의미를 가슴 저릿하게 그린 에세이다. 예술가는 끊임없이 변한다.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용기와 시련을 필요로 한다. 프랑스 유학, 그것은 김환기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자 용기였다. 아내 김향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의 도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며 생활 전반을 이끄는 또 다른 용기를 보였다.
이 책에는 김환기의 아내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은 그림편지와 드로잉이 수록되어 있다. 평소 일반에 공개되지 않던 그의 그림편지와 드로잉은 한국 현대 미술의 거장 김환기라는 이름의 무게감과 선입견을 버리게 만든다. 여린 소년 같은 감수성과 현대 미술의 첨단을 달리는 예술가의 살가움은 그의 숨겨진 참매력이다. 자신감과 용기, 아내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그림편지는 때론 웃음을, 때론 아련함을 선사한다. 한 편의 시와 같은 그의 편지는 젊은 연인의 연애편지 못지않은 매력과 순수함을 갖고 있다. 거장이란 이름을 떨치고 한 인간으로서, 연인으로서 남자 김환기의 본모습을 이 그림편지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용기가 만든 사랑도 확인할 수 있다.
작가 정현주는 사랑은 감정의 문제, 주고받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감정을 싹 틔워 끝까지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말한다. 그 사랑을 지속시키는 힘이 바로 지성이며 지성은 나 스스로 어떻게 잘 사랑할 수 있느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부터 생을 마감하며 이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까지 사랑, 그 본연의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게 하는 책이다. 248쪽, 1만4천원.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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