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도 그렇게 하고 있긴 합니까?"
취재원을 찾기 위해 대구의 한 기업체와의 전화 통화 중 나온 말이다. 기자가 전화한 대부분의 대구경북지역 기업체에는 "남성 육아휴직자는 없다"면서 "회사 분위기상 쓰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매일신문도 육아휴직 제도 갖춰놓고 쓰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며 한마디 했다. 가슴이 뜨끔했다.
"괜히 나서기 좀 그렇다. 미안하다." 기자가 이런저런 경로로 육아휴직을 시행하는 중인 한 기업체 직원에게 취재를 요청했다가 들은 말이다. 육아휴직을 신청한 지 한 달 정도 된 사람이었는데, 회사에서 처음 육아휴직을 신청한 경우인 데다 신청 과정에서도 부서 내부에서 말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괜히 크게 소개됐다가 자칫 회사에 욕만 먹고 쫓겨날지도 모른다며 취재에 응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굳이 이런 시시콜콜한 취재 뒷이야기를 적게 된 데에는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이 대구경북지역의 남성육아에 대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더 이상 아버지 혼자만의 월급으로 먹고살기 힘든 시대에 사회는 아이를 낳으라고 요구하고 기업은 가정대신 일을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목구멍이 포도청인 이 시대의 가장들과 그 배우자들은 자식들을 먹이기 위해 바깥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결국 시부모나 친정부모가 도와주지 않는 한 그 아이들을 결국 방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린이집이 있다지만 최근 일어난 각종 사고에 마음 놓고 보내는 부모들은 과연 몇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한때 SNS에 1980년대 반공교육자료에서 나온 한 토막의 글이 회자된 적이 있다. "북한에서는 부모 모두 노동을 하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모두 탁아소에 맡긴다"는 글. 육아를 대하는 태도에서 반공교육자료에 나와있는 북한과 지금의 우리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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