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아빠!' 바로 나 자신임을 고백한다. 변명의 여지도 없다. 객관적으로도 100% '빵점 아빠'다. 주중에는 딸(초교 3학년)이 처가에서 등하교를 하기 때문에 볼 수가 없고, 주말에 딸과 시간을 보낸다. 대신 주말 여가는 아내나 딸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른다. 놀이동산을 가자고 하면 그리로 가고, 섬이나 관광지를 1박 2일로 가자고 하면 그렇게 한다.
이렇듯 '빵점짜리 주말 아빠'임을 반성하면서도, 단 한 가지 자랑거리를 소개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딸과의 '이불 속 괴기 상상 동화' 시간이다. 20분 정도면 걸작(?) 3편 정도가 탄생한다. 아빠와 딸의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2주 전에는 '코브라와 몽구스' '코끼리와 개미' '두루미와 여우'가 새 괴기 동화로 재탄생했고, 지난주에는 '구렁이와 두꺼비' '살모사와 스컹크' '아기돼지 3마리와 자라'가 둘만의 즐거운 스토리텔링을 가져다줬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은 참 어렵다. 누가 몰래 이불 속에 들어와 동영상을 찍어준다면 모를까. 그래도 글로 한번 풀어서 설명한다면 이렇다.
'코브라와 몽구스'는 몽구스가 풀숲에서 혼자 땅을 파다 코브라를 만났는데, "심심한데, 너 나하고 한판 붙자"고 도전을 신청한다. 코브라가 먼저 선제공격을 했는데, 독이 몽구스의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하자 몽구스가 반격한다. "너 인마! 별거 아니네!"라며 뒤로 돌아가 코브라의 목덜미를 물어 이긴다는 내용이다. 딸은 순간순간 쏟아지는 아빠의 감정이입 애드리브 화법에 자지러진다.
'구렁이와 두꺼비'는 임신한 두꺼비가 깊은 산 속을 헤매다 구렁이를 찾아가 "구렁아~~, 너 나한테 한 대 맞아야겠다"며 아무 이유 없이 '귓방망이'를 한대 갈긴다. 구렁이는 "너 제발 귀찮게 하지 말고, 딴 데 가서 놀아"라고 외면하다, 결국은 약이 올라 두꺼비를 한입에 집어삼킨다. 그런데 두꺼비는 구렁이 배 속에 들어가, "나 안 죽었지롱~"이라며 놀린다. 결국에는 고통 속에 구렁이와 임신한 두꺼비 모두 죽게 되고, 그 영양분으로 두꺼비 새끼 5마리가 구렁이 배 속에서 태어난다는 내용이다.
완전히 지어낸 괴기 동화들은 아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신기하게 들었던 내용을 라이브로 즉석에서 각색한 것이다. 어쨌든 딸이 배꼽을 잡고 웃으니 아빠 또한 신날 수밖에. 딸은 다음 주엔 또 무슨 희한한 이야기가 아빠의 상상 속에서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이거 하나는 내가 아빠로서 잘하는구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그런데 아빠와 딸만의 이 소중한 시간들도 이제 길어야 2년 정도일 것이다. 5학년만 되어도, 아빠의 괴기 동화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설렁한 주접(?)으로 들릴 것이다. 2년 아니 1년이라도 좋다. 매주 이불 속에서 '딸을 깔깔거리며 웃게 하리라'고 다짐한다. "대한민국 아빠들이여~, 자녀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즐겁게 소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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