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 '터널' 對 도공 '고가도로'…해법 안보이는 측백나무숲 구간

대구순환도로 건설 2년째 평행선…첫 민관 갈등조정협의회도 결렬

27일 오후 대구 동구 불로동 한국도로공사 현장사무실에서 대구 4차 순환도로 동구 측백수림 인접통과 구관에 대한 갈등조정협의회가 열린 가운데 한 주민이 도로공사의 계획에 반발하며 회의 중 퇴장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7일 오후 대구 동구 불로동 한국도로공사 현장사무실에서 대구 4차 순환도로 동구 측백수림 인접통과 구관에 대한 갈등조정협의회가 열린 가운데 한 주민이 도로공사의 계획에 반발하며 회의 중 퇴장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4차순환도로 동구 도동 구간 건설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 측백나무 숲 보존을 두고 주민들은 터널 구간 건설을, 시공사인 한국도로공사는 고가도로 건설 입장을 보이며 2년째 맞서고 있다.

27일 동구 불로동 도로공사 현장사무실에서 첫 민관 공동 갈등조정협의회가 열렸지만 도동 구간(지묘동~둔산동 4.67㎞) 고가도로 건설을 반대해온 주민과 고가도로를 강행하려는 도로공사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결렬됐다.

주민 대표(5명)와 도로공사, 대구시, 동구청 관계자 등 19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도로공사가 애초의 고가도로안을 고수하는 입장을 보이자 주민 대표들이 회의 중 퇴장, 터널화 설계변경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도로공사 측은 이날 기존의 고가도로 설계안을 전제로 '측백나무 숲과 인근 향산마을에 대한 환경영향 저감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 공동생태 환경조사단을 운영해 공사 때(2015~2020년) 분기 1회, 운영 때(2021~2023년) 연 1회씩 환경영향을 조사하고, 향산마을의 소음과 분진 피해와 관련해선 방음벽과 세륜세차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주민 대표들은 "주민들이 수년 동안 터널화를 요구해왔고 대구시장과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설계변경을 건의했는데 기존 계획안을 그대로 가져나온 건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곽종수 한국도로공사 건설지원팀장은 "설계변경을 하려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기술'경제적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근거가 부족하다"며 "건설 예정인 도로가 측백나무 숲의 생육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도로공사는 2011년 기본설계에서 도로와 측백나무 숲 사이 거리를 520m로 띄워 터널화하는 방안을 세웠지만, 2013년 실시설계에선 280m에 떨어진 곳에 고가도로로 건설하는 안을 확정했다. 이에 주민들은 기본설계대로 터널화를 요구하면서 도로 건설에 반대했고, 갈등이 계속되자 시는 지난해 10월 도동 구간 설계변경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국토부는 올해 10억원의 설계변경 예산을 마련해둔 상태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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