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하면 네~주인님' 자동차용OS 걸음마 뗀다

말로 명령하면 척척…한국어 인식 잘 안돼

자동차용 OS인 애플
자동차용 OS인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연내 국내외 상용차에 탑재된다. 스마트카 시대로 한 발짝 다가섰다는 기대와 더불어 국내에서는 이들 OS의 기능을 100%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 애플'구글 제공

애플의 카플레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카'의 핵심인 '자동차용 OS(운영체제)'가 머지않아 국내 자동차에도 탑재된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음성 인식의 어려움, 지도 지원 불가 등의 한계로 인해 '반쪽짜리' 기능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쉐보레, 올해부터 국내외 차량에 애플'구글의 자동차용 OS 탑재

애플과 구글의 자동차용 OS가 올해부터 상용차에 탑재된다. 운전자가 지닌 스마트폰의 기능을 자동차 디스플레이와 연동해 운전 편의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6일(미국 현지시간) 자동차 업계 최초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안드로이드 오토'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차량 USB 포트에 연결하면 자동차 중앙 터치스크린에 스마트폰 지도'음악'핸즈프리 기능 등을 표시한다.

음성 명령 인식도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이달 쏘나타를 시작으로 북미시장에 도입되며, 연내 국내시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올 하반기 출시할 쉐보레 스파크에는 애플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카플레이'가 탑재된다. 안드로이드 오토처럼 터치스크린'음성 인식 조작을 통한 전화 통화, 문자 메시지, 팟캐스트 감상 등을 지원한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도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 밖에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포드, 혼다 등 35개 자동차 브랜드도 올해부터 안드로이드 오토나 카플레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동차용 OS의 목표 '운전 중 편의성'안전성 확보'

자동차 업체들이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도입하는 이유는 '딴짓 운전'을 최소화해 운전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 운전 중 SNS를 사용해 본 이들이 42%에 달했으며 정차 중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TV'동영상을 시청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운전 중 내비게이션'휴대전화'음향장비를 조작할 때의 운전자 반응 민감도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8% 수준으로 떨어지며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 위험도 4배 이상 높아진다. 자동차용 OS는 이 같은 위험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운전자가 "대구시청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줘" "방금 도착한 문자메시지에 '오후 9시까지 갈게'라고 답장해줘" 등 명령을 말하면 자동차가 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 OS가 현재 자동차 업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전장'안전운전 기술 등과 결합하면 '무인자동차'를 구현할 수 있다. 이미 국내외 고급 차량은 자동차 양쪽에 그어진 차선을 따라서 핸들을 자동 조작하거나, 가속'제동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차와 간격'속력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

이런 기술과 스마트폰의 컴퓨팅'제어 능력이 결합하면 운전자가 손수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 국내 차에서는 기능 100% 활용 못 해

국내에서 자동차용 OS의 지도'음성 인식 등 핵심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는 구글'애플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국내 정책상 외국 기업은 우리나라 전자지도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구글'애플의 지도는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구글의 사용자 습관에 따른 길 안내 기능, 애플의 실시간 교통 정보와 과속 경고'위험 구간 안내 기능도 빠져 있다. 국내에선 이런 서비스 대신 내비게이션을 쓰는 게 훨씬 유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 '시리'나 구글 '나우' 등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개인 비서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음성인식은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이 그 성능을 좌우한다. 영미권 언어와 달리 한국어 자연어 처리 기술의 발전은 매우 더디다. 시리의 경우 미국에서 80%에 가까운 인식률을 자랑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명이나 숫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에 IT를 결합해 기능을 확장하는 일이 운전 편의를 크게 높여 주는 만큼 해외 기업이 제작한 자동차용 OS를 미국 시장용 차량에 우선 탑재하는 단계"라며 "이들 OS의 기능적 한계가 극복되거나, 자동차용 국산 OS가 새로이 등장해야만 국내 차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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