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것이 어려운 요즘이다. TV 프로그램과 영화 등 영상에 기반을 둔 미디어가 각종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빠르게 변하는 눈높이에 맞춰 나가는 가운데, 책만은 비교적 묵묵히 독자를 만나 왔다. 그런 시대 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어딘가에 앉아서 꽤 집중하는 가운데 책장을 넘긴다는 건, 제법 낭만적인 일이 아닐까.
지난달 27일 대구학생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서 '한 도시 한 책 읽기 선포식'이 열렸다. 대구시교육청과 9개 공공도서관, 대구시가 공동 주관하는 이 행사는 2010년부터 매년 대구시민들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눌 '올해의 책'을 선정, 책으로 하나 되는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진행되어 왔다.
올해의 책 선정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먼저 작가, 사서, 교수, 기자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토론 끝에 다섯 권의 책이 후보 도서로 발표된다. 이후 이 다섯 권의 책에 대한 시민들의 투표로 올해의 책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간 신경숙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정호승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 김려령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등이 시민들로부터 선택받았다.
최근 선정된 2015년 올해의 책은 광고디렉터 박재규의 '위로의 그림책'이다. 학생이건 직장인이건 팍팍한 현실에서 책을 통해서라도 작은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삽화와 더불어 광고 문구로 쓰일 법한 짧은 단상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을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선포식 외에도 저자 사인회, 책 증정행사, 축하 공연,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됐다. 시원한 저녁 무렵의 뜻 깊은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의 표정이 밝았다. 선포식 이후로도 대구의 여러 공공기관에서 북클럽 및 북카페 운영을 통해 강연회, 관련 독서 행사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대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수업 시작 전 '아침독서 10분'을 진행한다. 이 운동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매일 좋아하는 책을 어떤 독후 활동 없이 그냥 읽는다는 원칙이 바탕이다. 이제까지 보고서나 독후활동지 등 끊임없이 무언가 결과물을 제출하기를 종용하던 정책과 상관없이 학생과 교사가 스스로 책을 읽게 해 주었다. 그래서 더 오래가는, 현장에 스며드는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역시 학생들의 독서 습관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도 많은 대구 시민이 이 행사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행사는 벌써 무르익었으니 알리는 데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본질과는 먼 것으로 치부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홍보 역시 행사의 큰 줄기의 하나쯤은 차지할 터다.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일을 소수만이 공유토록 하는 것은 어찌 보자면 행정력의 낭비이며, 사람들의 입소문만을 바라는 것 역시 구시대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도원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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