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초조와 불안들이 구겨져 버린 은박지처럼 하루도 쉴 날 없이 쏟아지고, 상담실 책상머리엔 온갖 인생의 피곤한 흔적들이 볼펜 자국으로 얼룩져 있다. 세상 살면서 불안하고 초조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개인이든 사회나 국가적으로든 불안하지 않은 채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재벌이나 국가의 권력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의 진단을 기다릴 때나, 밤늦게 가족이 들어오지 않으면 여러 가지 방정맞은 생각으로 밤을 새우는 경우도 그렇고, 입학이나 취직 시험. 건강 문제, 신용카드 정보 유출이나. 보이스피싱, 경기 불황, 심지어는 일어나지 않는 일로도 걱정하고 근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우리를 불안으로 밀어 넣는 정서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함으로써 긴장의 끈을 조금은 느슨하게 할 수 있다. 상담 업무를 하며 드물게 이런 내담자의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때도 있어요. 다른 사람이 걸어가다가도 곧 큰일을 당할 것이란 생각에 안절부절못하고요. 피부가 가려워도 피부암인가, 소화만 조금 안되도 위암에 걸렸을 것 같아 늘 불안하고 전전긍긍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본 여러 가지 사고가 내 가족이나 나에게 일어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괴로워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오래전 일인데요. 친척이 운영하는 상점에 트럭이 들이닥쳐서 일하던 주인이 다리를 절단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도로를 걸어가다가도 지나가던 차가 나를 향해 달려 올까 봐 겁이 나고요. 지금 돌아가는 사회 현상이나 노년 문제나 경제 문제가 저에게 불안을 안겨주고 있어요." 이처럼 사회생활의 균형이 깨지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 정도면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이다. 이성적으로야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려 하지만, '아니다 그럴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솟아오르면서 화산처럼 불안이 덮치는 것이다. 앞서 사례로 든 내담자는 좀 심한 경우이지만, 불안은 우리 삶 속에 항상 따라다니는 감정의 족쇄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심한 불안은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갉아먹는다. 작은 불안의 씨는 돌연변이가 되어 우후죽순처럼 자라난다. 꼭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병원균 같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비율이 8.7%였다. 5년 전 조사에 비해 26.1%가 증가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질병이나 국제적으로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불안을 피하지 말고 대면해야 한다. 삶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성공 체험을 자주 하여 자신감을 가질 뿐 아니라, 나는 지금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은 물론 지금의 불안한 자신을 달랠 줄 알아야 한다. 명상이나 음악 감상도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생각의 폭을 넓히고 믿음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시인'대구생명의전화 지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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