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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백혈병 진단받은 8살 정현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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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내내 병원에서 씻고 자며 현아를 지키는 어머니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 걱정에 가슴이 미어진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4시간 내내 병원에서 씻고 자며 현아를 지키는 어머니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 걱정에 가슴이 미어진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지켜보는 엄마, 아빠도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가족 모두 현아 앞에서는 어떤 힘든 내색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누구보다 가장 힘들 현아에게 온 가족이 밝은 모습만 보여 함께 힘이 돼 주자고 한 약속 때문이다.

"엄마, 아빠 모두 현아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병원비가 걱정이에요. 혹시나 우리가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게 될까 봐 마음이 약해질 때도 있어요."

◆감기인 줄 알았는데 백혈병

현아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네 식구는 언제나 웃음이 넘쳤다. 여유로운 형편은 아니었지만 남매가 밝게 커가는 모습에 부부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화물 운수업을 하는 남편은 가족의 앞날을 위해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운전대만 잡을 정도로 성실한 가장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아빠는 큰 결심을 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에다 신혼 때부터 모은 돈을 모두 보태 화물 트럭을 새로 장만한 것이다.

몇 년에 걸쳐 대출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했지만 알뜰한 아내와 함께 이제부터는 살림을 늘려나갈 일만 남았다는 꿈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현아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이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기 좋아하던 현아가 올해 초부터 무기력하게 집에만 있는 날이 많아졌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일도 잦아졌다. 백혈병의 흔한 초기 증세인 감기도 잘 떨어지지 않았는데, 엄마는 그저 심한 독감에 걸린 것으로만 생각했다.

기침과 고열이 일주일 넘게 계속되자 그제야 엄마는 현아를 데리고 큰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엄마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현아가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백혈병이라는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물밖에 안 났어요. 또래보다 성장이 빨라 반에서 키도 가장 컸고 잔병치레 한 번 한 적 없는 아이였어요. 양가 친척 중에도 큰 병을 앓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사실 지금도 이 상황이 꿈만 같아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

현아의 병은 온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놨다. 치료에 매진하기 위해 원래 살고 있던 포항에는 아빠만 남겨두고 엄마는 현아와 오빠를 데리고 대구로 왔다. 24시간 내내 병원에서 씻고 자며 딸 곁을 지켜야 해 초등학교 3학년인 오빠는 고모 집에 맡겼다.

집, 학교 둘 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오빠는 매일 밤 "엄마와 함께 자고 싶다"고 울며 전화해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많다. 그래도 엄마는 언제나 씩씩하다. 현아가 친구들과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병을 같이 이겨내자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아가 잠드는 밤이면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입원하는 순간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빚 때문이다. "한 달 만에 400만원이 훌쩍 넘는 병원비를 보고, 제 눈을 의심했어요. 현아 체질에 맞는 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 달에 한 번 160만원이 드는 주사를 맞아야 해요. 게다가 일주일에 서너 번은 수혈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해도 지금까지 200만원이 넘었어요. 이래서 사람들이 백혈병을 무서워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현아 앞으로 따로 들어 놓은 보험도 없어 그동안 부부가 모아 놓은 돈도 바닥난 지 오래다. 친척들에게 조금씩 빌린 돈은 모두 현아의 치료비로 들어갔고 남편이 트럭을 구입하면서 갚아야 할 이자는 고스란히 부부의 빚이 됐다.

최근 엄마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매일 하는 채혈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계속 낮게 나오면서 지금 쓰는 약물이 현아에게 잘 듣지 않는 것 같아서다. 현아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1인실로 옮겨 지내는 날도 많아졌다. 지금 쓰고 있는 약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골수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그 수술비도 수천만원이 든다.

"자식이 아플 때 치료비도 마음껏 대 줄 수 없는 부모라 정말 미안해요. 그래도 현아가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빚이 얼마나 늘어나든지 제가 다 갚아 나가야죠. 저희 가족 모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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