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폐막식 입장료 유료화 방침으로 논란을 빚었던 경북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이번에는 선수단 급식 위탁 용역업체로 서울업체를 선정해 비난을 사고 있다. 조직위가 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하는 110개국 선수와 임원 7천800여 명에게 제공할 78억5천만원 규모의 급식 공급업체 입찰에서 사실상 대구경북업체를 밀어내고 서울의 업체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개'폐회식 대행사 선정과 선수촌 이동식 숙소 제안 공모 등 조직위가 발주한 수십억원 규모에 이르는 다른 업체 선정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에 대해 지역 경제계와 상공인들은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액의 입장료를 책정해서 지역 주민들의 개'폐회식 참여마저 어렵게 하더니, 이제는 급식업체까지 서울로 몰아준다면, 대회를 치러서 지역에 남는 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는 대회의 준비 기간 자체가 줄곧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수시로 불거진 조직위와 지자체 간 경비 분담을 둘러싼 예산 갈등은 기본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상징이었던 선수촌 건립도 기어이 무산되었다. 게다가 선수와 임원의 절반이 충북 괴산에서 머물게 되었고, 3분의 1가량 인원이 숙박할 문경의 시설조차 이동식 컨테이너로 결정된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군인체육대회를 문경에서 개최하는 게 맞느냐"는 자조적인 하소연이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군체육부대가 있는 문경은 국제적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한 지방도시이다. 축구'야구'육상'수영 등 각 종목에서 국제 규격의 경기장을 20곳 이상 갖추고 있다. 천혜의 역사'자연경관을 지닌 덕분에 관광 경제에 크게 의존했던 문경이 이제는 스포츠 경제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올가을 문경에서 열리는 것도 이같이 차별화된 스포츠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러 민간스포츠대회에 이어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스포츠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 경제 재도약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주도하는 조직위가 끝내 경직성을 버리지 못한 채 개최 지역을 고려하는 운영의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은 실로 유감이다. 이번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가 문경시민과 경북도민들이 멍석만 깔아준 채 '그들만의 리그'를 마지못해 지켜봐야 하는 대회로 전락하지 않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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