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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청 공무원 자녀는 오지 마세요" 애꿏은 이웃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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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 자녀와 같은 학교 학생들 학원서 묻지마식 등원 금지 당해

17일 오전 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메르스 예방수칙의 하나로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수업 중 마스크 착용을 허용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7일 오전 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메르스 예방수칙의 하나로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수업 중 마스크 착용을 허용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는 첫 확진자인 K(52) 씨 자녀와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이유로, K씨가 근무한 남구청 공무원 자녀라는 이유 등으로 묻지마 등원 금지를 당하는 사례도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수성구 한 영어학원 홈페이지에는 '학원에 다니는 A중학교(K씨 자녀가 다닌 학교) 학생들은 현재 휴원 중이고 앞으로도 정상 수업 복귀를 못 하도록 하겠다', 'A중학교 학생은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공지사항이 올라왔으며 해당 내용은 수강생 부모들에게 문자로도 전송됐다. 한 학부모는 "학생을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려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수성구의 다른 학원 관계자는 "어제(16일)까지 'A중학교도 휴업을 고려하는데 학원도 당연히 못 오게 해야 한다는 요청이 빗발쳤다. 학부모 요구가 워낙 강해 어쩔 수 없이 A중학교 학생들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남구청 공무원 자녀에게 등원 금지 통보를 내렸다.

남구청 한 공무원은 "다른 아이를 생각해 스스로 어린이집에 안 보낼 생각이었는데 먼저 등원시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동료 중에는 어린 아이를 급하게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기도 했다"고 했다.

이 같은 조치는 학생만 받는 게 아니다. 남구의 한 주민은 "남구 몇몇 학교에서 배식 도우미로 일하는 한 아주머니는 A중학교에서 중식 배식을 한다는 이유로 다른 학교들로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학교 체열 조치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B(37'여) 씨는 얼마 전 학교에서 아이가 미열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곧장 교문 앞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B씨의 딸은 등교하는 아이들 틈에서 홀로 교사와 함께 교실로 들어가지 못한 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B씨는 "조금만 이상이 있는 학생은 교실에 얼씬도 못하게 한다. 어른, 친구 할 것 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니 아이가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남구청은 K씨 확진 판정 소식 이후 주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현장 민원 업무가 많은 부서의 경우 오히려 민원인들이 나서 현장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으며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온종일 부서를 가리지 않고 'K씨가 퇴원해서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다'거나 '다시 K씨를 근무시켜선 안 된다' 등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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