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공식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나와 사과문을 낭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 직접 나온 것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유행의 진원지로 국민적 비판을 받아온 점 등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공식적으로도 병원 운영의 최고책임자 자리를 맡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주체다.
이 부회장은 '머리 숙여 사죄한다' '저 자신 참담한 심정' '책임을 통감'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등의 어구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특히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다'는 대목을 삽입해 이번 메르스 사태로 고통받아온 환자와 환자 가족 등에게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이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육성으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맡고 있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그룹 승계를 위한 상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두 재단 이사장 자리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직과 함께 유지하고 있던 공식 직함이어서 이를 물려준 것은 그룹 승계에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두 재단 이사장직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에 이어 이건희 회장이 맡아왔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삼성 오너 일가로는 2008년 4월 22일 이건희 회장의 사과문 발표 이후 7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 오너 일가는 이번까지 큰 사건만 보면 모두 4, 5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 또는 거취 등과 관련해 입장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이날 만 47세 생일을 맞은 이 부회장은 이번 사과문 발표를 앞두고 직접 수일간에 걸쳐 발표문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수뇌부는 이 부회장의 발표를 위해 극도의 보안 속에 발표문 문안 작업 등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메르스 사태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세로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지만, 이번 사과문 발표를 계기로 정면돌파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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