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담도암 4기 판정 받은 박영진 군

시한부 고교생 "하루만 더 학교 가고 싶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말기암을 선고받은 박영진(가명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말기암을 선고받은 박영진(가명'17) 군과 엄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잘 버텨내고 있지만, 치료비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박영진(가명'17) 군은 지난 3월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계속된 항암치료에 정신이 또렷한 날이 거의 없다. 집 안에서도 벽이나 가구에 자꾸 부딪혀 온몸이 멍투성이다. 3년 전 남편을 암으로 떠나보낸 영진이 엄마는 가족에게 닥친 또 한 번의 시련에 아직도 꿈속을 걷는 것 같다.

"남들에게 민폐 한 번 끼치지 않고 살아온 우리 가족에게 왜 이런 시련이 계속되는지 처음에는 세상을 원망만 했었어요. 하지만 아픈 아들이 오히려 더 꿋꿋하게 버티는 것을 보면서 우리 가족 모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힘이 되어 주자고 마음을 바꿨죠."

◆말기암을 선고받은 고등학생 아들

지적장애 2급인 영진이 엄마는 20대 초반 젊은 나이에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성실한 성격에 자식밖에 모르던 남편을 늘 믿고 의지하며 살았다. 5학년인 둘째 딸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셋째 아들 모두 태어날 때부터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영진이가 있어 엄마는 항상 든든했다. 3년 전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도 맏아들인 영진이의 위로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

"남편이 떠나고 온종일 넋이 나간 채 집 안에서 가만히 있기만 했어요. 장례를 치른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쯤 영진이가 옆에 누워 '아빠 대신 엄마를 지켜주겠다' '우리 삼 남매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하지만 지난해부터 영진이의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식사를 조금만 해도 속이 더부룩할 때가 많았고, 누군가 가슴을 콕콕 찌르는 듯 답답하다는 말도 자주 했다.

동네병원을 아무리 다녀도 낫지 않자 큰 병원으로 갔고, 그곳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담도암 4기에 폐, 간 등 온몸 곳곳에 암세포가 퍼져 남은 시간이 길어야 1년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말기암 선고를 받은 영진이는 항암치료를 위해 한 달에 일주일은 학교를 빠져야 했다.

"영진이가 속이 답답하다고 할 때마다 '차가운 것 먹지 마라' '소화제를 먹어라'고만 했는데 그게 병을 키우게 한 것 같아 죽을죄를 지은 기분이에요. 힘든 항암치료 중에도 친구들이 보고 싶어 학교에 가려는 영진이를 보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요."

◆치료비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엄마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막막한 상황에서도 영진이는 꿋꿋하게 치료를 버티고 있다. 항암치료를 여섯 번이나 하면서 머리숱도 적어지고 살도 많이 빠졌지만, 그 힘든 가운데서도 학교에 못 가겠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 결과 조금씩 희망도 생겨나고 있다. 처음엔 1년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던 병원에서 치료 4개월 만에 최소 3년은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병원에서도 '기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항암치료를 견뎌낸 영진이를 대견스러워했다.

아들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지만 그 순간도 잠시였다. 앞으로 남은 치료에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밤잠을 이룰 수 없다. 7차 항암치료부터는 대구의 큰 병원에서도 치료가 힘들어 서울까지 가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 앞으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에서 월세, 공과금 등을 제외하면 영진이의 서울행 병원비는 꿈도 못 꾼다.

"지금까지는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도움으로 병원을 오갔지만 앞으로가 걱정이에요.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교통비에 간병비까지 마련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깜깜해져요…."

영진이와 엄마에겐 치료에 힘을 보태줄 주위 친척도 없다. 다들 어려운 형편에 친정, 시댁 식구들과는 결혼 초부터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그나마 남아있는 영진이 외할머니 역시 치매가 있어 남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학교에 가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영진이를 보면서 오히려 제가 힘을 얻어요. 엄마인 제가 영진이 대신 아플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더 그러고 싶어요."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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