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고를 앞두고 다소 헛헛해질 수 있는 감정의 골에 기쁨의 첫 삽을 퍼 올리려 한다. 매일춘추라는 놀이터에서 투박한 몽당연필을 굴리며 질과 양의 검열 없이 마음껏 쉬게 해주신 기회를 벗 삼아 자음과 모음의 퍼즐 조각을 더욱 분별력 있고 획기적인 방식으로 조립하고자 하는 작가 의지를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삼삼하게 올리고 싶다.
내 수호천사는 양쪽 날개 뼈에 두 마리 용을 달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질퍽한 황색 도로였던 나의 청년기 저변에 잔디밭 같은 인적네트워크를 연결해 주셨고 그 안에서 나는 미세먼지로 켜켜이 재어놓았던 꿈의 나침반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삶의 방향이 있다. 다만 그 안에 햄릿이 울고 갈 만한 인생의 주제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윤택한 삶에 목적의식을 두고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사느냐, 행복하냐 그것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는 기부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대망에 올라 있다. 고삐 풀린 자아의 풍요로운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 사랑과 나눔의 바이러스가 전국에 스며들어 어둡고 차가운 곳에 온정이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가슴 안에 있다.
인간의 뇌는 알고 있다. 우리가 봉사와 도움의 손길을 나눌 때 긍정의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물질인 아드레날린을 토해낸다는 것을. 그렇기에 봉사와 나눔 안에서 우리는 기쁨을 느끼고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철학이 통하는 것일까. 붓다께서 일찍이 설법하신 자비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 또는 그렇게 여겨서 베푸는 혜택이고,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을 보고 나의 제자임을 알게 하라"시며 사랑이 곧 구원임을 전파하셨다.
우리의 뇌가 더욱 섹시해지고 영혼이 풍요롭게 살찌길 바란다면, 우리가 사랑 안에서 구원받는 길은 소맷자락을 걷어 올리고 굶주림을 겪는 소외계층에 횃불을 밝혀주는 것이다. 정신적이고 또 육체적인 풍요로움을 나누는 의지,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나 스스로에게서 구원받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기어코 꿈이 한낱 꿈으로만 남는다면 우리는 달빛 아래서 태양의 존재를 불신하며 잠을 청하지 못할 것이다. 꿈은 사람을 움직이는 열량의 에너지이고 포도당이며 굶주린 자의 고귀한 끼니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전 재산을 다 걸겠는가' 하는 질문에 우리나라 재벌총수들은 한결같이 재산을 다 걸겠다는 대답으로 젊음에 올인했다고 한다. 우리가 끝내 재산으로도 바꾸지 못할 젊음의 한 페이지가 아름답게 기록될 수 있도록 오늘은 사랑하고 내일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꿈꾼다.
"세상에는 빵 한 조각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도 많지만, 작은 사랑도 받지 못해서 죽어가는 사람은 더 많다."(마더 테레사)
지안/뮤지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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