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정부 시행령 수정 권한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거침없는 표현으로 정치권을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초강수에 그동안 청와대와 껄끄러운 모습을 보였던 여당 지도부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 주도권은 박 대통령이 쥐게 됐다. 아울러 여당 내 친박계의 입지도 강화될 전망이다.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살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정치개혁을 당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파상공세에 여당 지도부는 몸을 움츠렸다. 김무성 대표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발 물러섰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 후 자신의 거취를 밝히면서 "원내대표인 저와 청와대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동료 의원들이)걱정도 하고 질책도 했다"며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앞으로 당청 관계를 다시 복원시키기 위해 당 대표나 최고위원들과 의논하겠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 유 원내대표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당이 청와대에 사실상 백기를 듦에 따라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친박계 의원들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국회차원에서 충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한 친박계 국회의원은 "대통령 흔들기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강단 있는 모습이 지역민들에게 강하게 각인됐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TK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던 유 원내대표는 상처를 안게 됐다. 대구경북민들에게 박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으로 비쳐 행보에 부담을 안게 됐다. 유 원내대표는 최소한 내년 대구 총선 공천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힘이 빠지게 됐다.
경북의 한 중진의원은 "사태가 확산되기 전에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며 "지역으로서는 유능한 정치인이 상처를 입는 피해를 보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대구경북 정치권에선 차기 총선 공천(오픈프라이머리) 과정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이 여전히 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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