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어떤 결론이든 국정 운영과 당, 대구경북에 해(害)가 되어선 안 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사퇴 압박에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청(靑'청와대)심'과 '당(黨)심' 사이에서 섣부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사죄에 가까운 사과를 했음에도,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되레 더 불거지는 양상이다 보니 난감해하면서도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A의원은 "이번 사태는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같이 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기도 하지만, 김무성 대표에게도 원내대표냐, 청와대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만약 유 원내대표가 버티면 친박계 최고위원의 사퇴, 또 그것으로 안 되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뜻을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이 내 말 안 들으면 당을 버리겠다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고 했다.
A의원 말처럼 대구경북 의원들은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극히 조심스러워했다.
대다수 의원은 내심 유 원내대표를 사퇴로 몰아가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섣불리 그의 손을 들어주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B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과했고 앞으로 원만한 당청 관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유 원내대표 행동 중 청와대가 곱지 않게 보는 것도 대통령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대통령을 배반하거나 등지려 한 행동이 아님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도 문제가 이렇게 불거져 안타깝다. 원만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의원들 대부분은 당청 간 갈등이 결국은 새누리당에 손해가 될 것이고 국민 신뢰를 잃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청 간 발전된 관계 형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C의원은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친박계가) 사퇴를 종용해서는 안 된다. 이로 인해 빚어지는 사태, 국회 마비는 국민이 심판한다.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한몸이 돼야 한다. 당내에서 분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D의원은 "대구경북 의원 중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이 없는 의원이 누가 있나. 대통령이 너그럽게 유 원내대표를 안아주도록 대구경북 의원들만이라도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이 쪼개지고, 대구경북도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E의원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더 어려워진다. 새 원내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당내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당청 관계 복원을 위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대통령 정무특보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정도에서 박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거둬들이는 것이 향후 국정 운영과 당청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의원들은 지역이 배출한 두 정치인이 더 이상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F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깔끔하게 사퇴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재차 사과한 모습은 유 원내대표가 그동안 갖고 있던 '쓴소리 하는 유승민' '소신 있는 유승민'의 이미지를 스스로 퇴색하게 만들었다. 당청 갈등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대통령까지 끌어안은 여당 원내대표라고 생각할지 모르는 일 아닌가"라고 했다.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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