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람들이 때로는 그들의 명분을 세우는데 격렬하고 변칙적인 성격을 보인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사람들이 신축적으로 반정부와 친정부 투표 패턴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한국의 문화적 배경과 배치된다. 대구사람들에게는 어떤 역사적 박탈감이 존재해왔고 자신들의 불만을 형성함에 있어서 단결하는 능력을 지닐 정도로 독특하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돼야 할 것이다. 대구의 신축적인 반정부와 친정부 투표 패턴이 이 도시의 사회경제적 변수의 경향과 관련된다는 사실이 하나의 가설로 설정될 수 있다."
1971년 한미 학자 17명은 국제보고서 '전환의 도시, 대구'를 영어로 발간됐다. 개발도상국 도시화 과정 연구를 위해서다. 대상 도시로 대구가 뽑혔다. 웨스턴 미시간대 C.I.유진 김 교수는 1950, 60년대 각 5차례의 대선과 총선의 투표 경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구시민은 여야 후보를 탄력적으로 택하며 필요한 보상을 추구하고 차지했다. 이런 투표 원인을 서울 부산 다음 큰 도시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이류도시화되고 국가의 정치적 과정에서 무시됐다는 인식과 박탈감 등으로 봤다.
또 프린스턴대 윌리엄 E.헨손 교수는 대구 발전에 필요한 '대구스타일'(Taegu Style)을 강조했다. "(대구의)역동성 속에는 소위 대구스타일이라 불릴 수 있는 몇 가지 독특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에는 부산시와의 경쟁심리와 강한 정체성, 대구에 대한 자부심 등이 있다. 대구스타일을 더 발달시키는 것은 대구시의 변화에 의미 있는 중요한 역동성이 될 수 있다. 미래에 대구시의 발전은 역동적이고 창조적이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옛 대구는 분명 지금과 달랐다. 정치적으로, 정치 지형도 그랬다. 여야 선택은 격렬하고 변칙적, 신축적으로 반정부와 친정부를 오갔다. 역동적이란 분석은 일리 있다. 헨손 교수가 대구 미래를 역동적이고 창조적일 것으로 본 이유다.
그러나 40년 뒤 2013년 대구경북학회의 '전환의 도시, 대구 1970~2010'의 평가는 참혹하다. "1960년대 말까지의 문제상황과 현재의 문제상황은 구조적으로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40년 전 대구의 특징은 긴 세월동안 새로운 그림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이분법적인 산업화시대의 가치관이나, 출향인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중앙 의존적 경향이라든지, 도전과 창조적 마인드 대신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보수주의적 사고방식 등이 이 지역에 가득하다."
특히 1970~2012년까지 7번의 대선과 8번의 총선을 분석한 김태일'남지민팀의 결론은 뼈아프다. 정치소외를 자초한 특정당 편식의 고착화 폐해다. "대구 지역주의는 영호남 대결구도가 처음 형성된 1971년 대선에서 그 현상이 대두되었으나 당시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 지역주의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1987년 당시 대구 지역주의는 타지역에 대한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인식이 일부 작용한 감정적'정서적 측면이 강했다. 오늘날에는 이념적 가치의 내면화가 작용하여 대구 지역주의는 이제 공고화되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대구 지역주의는 강고한 형태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대구경북 출향인이 종종 듣는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소위 '대구경북 때리기'(TK Bashing)다. 노골적이지 않지만 은연중 대구경북을 기술적 표현으로 저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섬으로 고립하면서 생긴 조어다. 대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대구디스카운트'(Daegu Discount)인 셈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새누리당 깃발을 차지하려는 정치인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분명 새누리당에 무임승차하려는 의도다. 외국 학자도 평가해 국제사회에 알린 대구시민의 정치 태도와 대구스타일을 구길까 걱정이다. 이러고도 TK배싱과 대구디스카운트가 사라질까? 모두 정신 차리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