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불대회를 아십니까?"
대구지방법원의 부장판사 이하 판사들은 해마다 연말이면 자신들만의 모임을 갖는다. 이름하여 '욕불대회'.
판사들이 모여 '욕구불만(줄여서 욕불)'을 토해 놓는 자리로 보통 배석 및 단독 판사들이 1년간 함께 근무하면서 쌓인 부장판사 이상 선배들에 대한 각종 불만을 털어놓는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기술껏, 가장 재밌게 불만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부장판사를 '욕'(?)하는 판사에겐 상도 준다. 재판부별로 배석판사들이 앞으로 나가 부장판사에 대한 불만을 겨룬다 해서 '대회'란 이름이 붙었다.
여러 직업 중 수평적인 관계의 대명사격인 판사들이 무슨 '대회'까지 열정도로 불만이 있겠느냐 하겠지만 부장판사로부터 은근히 받는 스트레스가 적잖다는 게 판사들의 얘기다.
이뿐 아니라 욕불대회에선 판사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부장판사들에 대한 일종의 '역 인기투표'를 통해 가장 함께 일하기 힘들거나 싫은 '벙커'를 선정해 순위를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다. 벙커는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로, 탈출하고 싶지만 탈출하기 힘든 부장을 '벙커 부장'이라고 부른다.
벙커의 반대 개념으로 좋거나 함께 하고 싶은 부장판사를 일컫는 '천사' 또는 '오아시스'를 뽑기도 한다.
부장판사들에게 바라는 요구 사항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된다. 또 부장판사 승진을 앞둔 판사들이 "내가 부장이 되면 이렇게 하지 않
겠다"거나 "이렇게 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는 일종의 정견발표 시간도 있고, 벙커 부장이 될 것 같은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
배석 및 단독판사 시절을 다 거친 '백전노장' 부장판사들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같은 시각 부장판사들 역시 그들만의 대회를 갖는다. 이름은 '맞불대회'. 부장판사들끼리 저녁식사를 하며 각 부의 배석판사 등 판사들에 대해 험담 등 각종 얘기를 나누며 '욕불대회'에 '맞불'을 놓는 자리다. 말이 '대회'지만 '욕불대회'만큼은 안 된다 .
한 판사는 "욕불대회는 벌써 수십 년째 내려오는 전통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의도와 의미는 비슷하다. 해가 갈수록 수위나 정도가 조금씩 낮아지기는 경향이 있긴 하다"며 "이런저런 불만도 털어놓고 퀴즈 등 각종 게임도 하면서 재밌게 시간을 보내는 송년회겸 친목회 정도로 보면 된다"고 했다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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