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

돌아온 69세 터미네이터 "늙었다고 쓸모없진 않아"

역시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68)는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다. 그는 한국 팬들을 위해 "아일 비 백"(I'll be back)이라고 끝 인사를 했다. 당연히 또 오겠다는 일반적인 인사말이겠지만, '터미네이터'의 명대사니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 2013년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로 한국을 찾았던 슈워제네거는 신작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로 최근 또 한 번 한국을 방문했다.

"또 한국을 방문해 정말 기쁘다. 멋진 풍경을 가진 서울"이라는 말로 그가 한국을 향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하긴 그는 휴가를 위해,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격으로 여러 차례 내한한 바 있다.

2029년 존 코너(제이슨 클라크)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로봇 군단 스카이넷의 미래 전쟁과 1984년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구하기 위한 과거 전쟁, 그리고 2017년 현재 전쟁을 동시에 그린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슈워제네거는 원조 터미네이터인 T-800(젊은 시절 슈워제네거)과 사라 코너를 지켜주며 인류의 적 스카이넷에 맞서는 T-800 팝스로 나온다.

오랜만에 돌아온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한국 팬들은 반응하고 있다. 영화를 만들어 대중을 만나고 보니 호응이 좋지만,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는 우려와 고민도 있었을 법하다. '추억팔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출연을 꺼리진 않았을까.

"사실 다시 한 번 '터미네이터'를 제안받았을 때 정말 많은 기대를 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제의는 좋다. 하지만 대본과 이야기가 훌륭해야 한다'고 말했었죠. 제작자와 처음 통화한 시점 뒤 2년 지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읽으면서 놀랐어요. 창의적인 이야기 구조와 액션, 놀라운 감정, 예상하지 못한 반전 등에 기뻤죠. 다시 한 번 기꺼이 맡을 수 있었답니다."

그는 노익장을 과시한다. 1947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69세다. 그런데도 과거와 비교해 그리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비결은 매일 매일의 운동. 슈워제네거는 한국을 찾은 날에도 체육관을 찾았고, 인터뷰하기 전에도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어디를 가든 매일 운동을 하죠. 그러다 보니 액션 장면이나 스턴트 연기를 하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30년 전이나 20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 무리가 가거나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다만 이번에는 감독이 1984년에 처음 '터미네이터'가 나왔을 때의 몸을 요구해서 3~5㎏ 정도 체중을 늘렸어요. 촬영 전 2달 정도 두 배가량 운동을 더 했죠. 그래도 내게 운동은 밥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 괜찮아요.(웃음)"

팬들의 우려를 자신도 알기 때문일까. 슈워제네거는 "늙었다고 쓸모없는 건 아니다"라는 극 중 대사를 언급했다. "나이 들어도 장점과 혜택이 많아요. 절대 나이가 들었다거나 오래됐다고 해서 끝나거나 쓸모가 없는 것도 아니죠. 배우나 시, 와인, 좋은 차, 총 등이 그래요. '늙었다고 쓸모없지 않다'고 하는 대사를 아마 많은 분이 따라 하지 않을까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는 대사라고 생각해요."

'터미네이터'는 슈워제네거에게 큰 의미다.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하다. 커리어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코난' 시리즈 이후 제안받은 '터미네이터'는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했다. 보디빌더였던 그는 연기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았고, 이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하게 된 데에도 그의 이름값이 알게 모르게 작용했을 게 분명하다.

"스크립트를 읽었을 때, 주인공 역할을 맡는 게 당연히 좋은데 '터미네이터'는 악역임에도 멋져서 꼭 하고 싶었죠. 그 이후 경력이 쌓이면서 대규모 액션 영화들을 맡을 수 있게 돼 '터미네이터'는 의미가 깊은 영화랍니다. 캐릭터 자체도 중요하고요. 그래서 애정을 갖게 됐죠. 그 이후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즐겼고 좋아했어요. 기계이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거든요.(웃음)"

그는 2003~2011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한 것과 관련해서는 "주지사가 된 건 행운이었고 최고의 직업이 아닌가 한다"면서도 "하지만 다시 영화인으로 돌아온 것도 행복하고 기쁘다. 가끔 정치가 그리운 적도 있지만 연기를 다시 하게 된 것을 즐기고 있다. 보디빌더에서 영화인, 그리고 정치인에서 다시 영화인이 됐는데 이런 내 인생을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만족해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터미네이터'가 사랑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할까.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SF 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터미네이터' 같은 경우는 시간 여행을 하는데 미래에도 갈 수 있고 과거에도 갈 수 있죠. 과거에 가서 어떤 행동을 취할 때 미래가 바뀐다는 점이 관객들을 이끄는 것 아닐까 싶어요. 굉장히 스마트한 콘셉트 아닌가요? 또 파괴력을 갖춘 기계에 대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첫 번째 터미네이터는 많은 것을 파괴하고 부쉈죠. 악역이에요. 그런데도 관객들이 좋아하는데 실제로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터미네이터를 보면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관심을 받는 비결이지 않을까 싶네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속편도 제작될 예정이다. 슈워제네거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얼마나 사랑받는지에 따라 결정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제작해 내놓기보다는 팬들로부터 기대와 수요가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함께 한국을 찾은 사라 역의 에밀리아 클라크는 "추가적인 특수 효과를 안 써도 될 정도로 멋진 연기"라며 극 중 T-1000으로 나온 한국의 이병헌을 칭찬한 바 있다. 클라크는 "차후 추가로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이병헌 씨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슈워제네거도 은근한 기대를 내비쳤다. "아직 속편 제작에 대한 생각은 조심스럽지만 당연히 기대는 됩니다. 하하하."

슈워제네거는 이번 영화의 홍보 포인트도 놓치지 않았다. "제가 악역인 기계 세계를 위해 싸우는 터미네이터 역할과 보호자 역할을 하는 터미네이터 역할도 합니다. 두 가지 유형의 터미네이터 대결에 대해서도 관객들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을까 하네요."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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