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귀했던 시절 물리도록 먹었던 보리밥, 그 지겹던 보리밥도 시원한 오이냉국에 말아 먹으면 목구멍에 술술 넘어갔다. 짜디짠 장아찌가 반찬의 전부였던 때, 된장에 삭힌 오이장아찌 몇 개 얹어 먹으면 배고픔과 더위를 잊곤 했다. 이처럼 오이는 입맛 없는 여름철 최고의 별미였고 배고픈 시절 먹던 추억의 맛이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오이를 재배해 온 오이 주산지 경북 칠곡. 3대째 오이농사를 짓고 있는 곽경수 씨네는 오이로 다양한 음식을 차린다. 면처럼 얇게 썬 오이에 시원한 콩 국물을 부은 오이 콩국수, 아삭함이 살아있는 고소한 오이전, 그리고 오이 밀전병까지 경수 씨네 오이 밥상에는 80여 년 역사가 담겨 있다.
칠곡 매원마을에서는 오이와 참외로 장아찌를 담근다. 일 년 내내 든든한 밑반찬이 되는 오이장아찌와 참외장아찌, 먹을 때마다 꺼내어 고소한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내면 그만한 밥 도둑도 없다. 요즘엔 오이를 대부분 생으로 먹거나 절임으로 먹지만 옛날에는 익혀서도 많이 먹었다. 오이 사이사이에 고기소를 채워 넣고 쪄낸 오이선과 오이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오이고추장찌개는 옛 선조가 많이 먹던 음식이다. 더위를 잊게 해주는 대표적인 여름 채소 오이 밥상은 KBS1 TV '한국인의 밥상' 에서 9일 오후 7시 30분 방송된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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