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 정치의 새 변수-김문수'유승민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과 그 이듬해 12월의 19대 대선을 앞두고 대구는 벌써 포스트 박근혜 시대의 중대한 정치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수성갑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출마 선언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앞당겨 조성되었다. 여기에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 파문과 여권 내 대권 후보 부상으로 이들 2인의 정치인이 향후 대구 정치의 지형을 바꿀 주요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김 전 지사의 경우 김부겸 전 의원이 선전하고 있는 지역구에서 접전을 벌이게 된 것도 세인의 관심도를 더욱 높여주는 요인이다. 김 전 의원은 이미 지역색 타파를 위한 노무현 전 대통령 따라하기 출마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두 차례의 출마로 상당한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비록 대구에서 첫 출마지만 청렴 정치인의 아이콘으로 대권의 잠룡 반열에 오른 인물인데다 학연이 김 전 의원과 겹친다는 점에서 민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아직 당협위원장 선거와 공천이라는 두 관문을 통과해야 본선에 오를 수 있지만 당장은 일부 대구 지역민들의 비판적 시각이 만만찮은 장애물이 되고 있다. 대체로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은 "대구에 해놓은 게 뭐가 있다고 출마하느냐", "수도권 논리에 길들여진 정치인이 비수도권인 대구에 도움이 되겠느냐"로 요약된다.

그러나 김 전 지사의 지지층에선 "대구의 정치인 가운데 대구를 위해 공을 세워 놓고 출마한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현 권영진 대구시장도 어느 날 갑자기 대구에 내려와 짧은 기간의 선거운동만으로 당선되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수도권 논리의 문제도 "지자체장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 치고 그 지방 논리에 충실하지 않은 정치인이 있느냐?"며 "대구서 당선되면 대구의 논리로 정책 접근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역민이 평가해야 할 것은 정치인으로서 그의 자질과 비전이고, 야당의 김 전 의원과 비교해서 누가 더 대구와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봐야 할 것이다.

일부에선 "김 전 의원이 당선되면 대구의 예산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자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장차 야권의 대권 후보로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대구도 여야가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정치 지형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역 구도에 얽매인 한국의 현실 정치에서 대구가 정치판을 바꾼다고 다른 지역이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느냐도 의문이다. 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 당내 갈등과 신당 창당 등의 문제로 차기 집권은 고사하고 존속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것이 야권 내의 목소리다. 이런 판국에 대구의 야당 정치인 당선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새정치민주연합의 혼미 상태에 야당 중진인 그의 주장과 이니셔티브가 보이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야당의 핵심 문제인 친노 패권주의와 관련한 그의 정치 노선과 리더십은 아직 의문에 싸여 있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국회법 개정안 파동 속에 그의 정치 행보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찬반 여론은 극도로 엇갈리고 있다. 그의 지역구 내 여론조사에서도 대체로 찬반이 팽팽한 것을 보면 그의 정치적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전국적 평가는 여권 대권 후보 순위 1위, 종합 대권 후보 4위로 껑충 뛰었다. 동료 국회의원들의 평가도 1위를 차지했다. 고향에서 되레 홀대받는 인상이지만 그는 이미 중요한 대구의 정치적 자산이 되었다. 일찍이 없었던 대구 정치 무대에 여권 잠룡 2인의 동시 등장은 희망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홍종흠/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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