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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의 한시 산책] 송어(松魚)…물러나 보면 여기가 살 곳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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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松魚)-안축

푸드더득 펄쩍펄쩍 날듯이 팔팔하여

웬만한 폭포쯤은 뛰어넘을 수가 있네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날 줄은 몰라

넓은 바다 만리 물결 영영 잃어버렸다네

潑潑如飛氣力多(발발여비기력다)

懸流十尺可跳過(현류십척가도과)

嗟哉知進不知退(차재지진부지퇴)

永失滄溟萬里波(영실창명만리파)

*潑潑(발발): 생기발랄한 모습. *懸流(현류): 폭포.

광활한 저수지 한 가운데 소와 말을 동시에 풍덩 빠뜨리면, 헤엄을 훨씬 더 잘 치는 말이 더 먼저 물가로 나온다. 하지만 폭우로 범람하는 세찬 강물 속에 소와 말을 동시에 풍덩 빠뜨리면, 말은 마침내 빠져 죽게 되고 소는 드디어 살아나게 된다. 매사에 자신감이 지나친 말은 거센 물결과 맞짱을 뜨면서 한사코 역류하며 강물을 건넌다. 험한 물결과 저돌적으로 싸우다가 제풀에 지쳐서 어푸어푸 황톳물을 몇 번 마시고, 꼬르륵 물밑으로 폭 가라앉는다. 그러나 소는 세찬 물결에 몸을 내맡기고 하염없이 떠내려가면서도 끊임없이 헤엄질을 계속한다. 그리하여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강물을 건너서 이윽고 건너편에 닿게 된다. 소는 드디어 살게 되고, 말은 마침내 죽게 되니, 이것이 이른바 우생마사(牛生馬死)다.

고려 말의 시인 안축(安軸'1282~1348)이 지은 위의 시에 담겨 있는 메시지도 우생마사의 교훈과 흡사하다. 우리가 여름철마다 잡아먹는 송어는 원래 넓은 바다에서 살다가 강을 역류하여 위로,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다. 얼마나 힘이 센지 나지막한 폭포 따위는 들입다 그냥 뛰어넘는다. 하지만 그러다가 혹시 실수라도 하게 되면, 열길 폭포 밑에 거꾸로 곤두박여 이마가 와장창 깨질 수도 있다. 폭포 위로 냅다 뛰어오르는 송어들을 소쿠리로 받아, 매운탕을 끓여 먹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송어들은 도무지 알 턱이 없다. '송어야, 송어야! 네가 살고 있던 그 넓은 바다를 다 버려두고, 너는 왜 이렇게 목숨을 걸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줄밖에 모르느냐. 물러나서 보면 거기가 바로 광활한 바다, 네가 살기에 딱 좋은 곳인데.'

가끔씩 서울 여의도를 지나다 보면, 거기 열길 폭포를 냅다 뛰어넘고 금배지를 달았다면서 희희낙락하는 송어 떼들이 수두룩하다. 송어야, 송어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느냐? 천만에, 그것은 거꾸로 처박혀서 이마가 와장창 깨어지기 직전에, 잠깐 나타났다 문득 사라지는 신기루 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송어야, 송어야, 나라와 민족보다는 금배지를 다는 것 그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아주 딱하고도 불쌍한 송어야!

이종문 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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