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고속도로는 대한민국의 고속도로 중 가장 많은 화제성을 담은 고속도로다. 도로의 형태나 지나가는 도시의 특수성은 물론이거니와 영'호남 화합을 위해 건설된 고속도로였다는 점도 이 고속도로의 많은 화제성에 한몫한다. 인터넷과 예전 언론 보도자료 등을 뒤져 88올림픽 고속도로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 이야기를 풀어봤다.
◆44내림픽 저속도로
인터넷 검색창에 '88올림픽 고속도로'라고 입력하면 다양한 정보를 담은 사이트들이 나온다. 이 사이트에서 88올림픽 고속도로를 운전해 본 누리꾼들은 이 고속도로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별명 하나를 지어줬다. 바로 '44내림픽 저속도로'. 여기서 '44'를 한자 죽을 사(死)로 대체해서 쓰는 누리꾼도 있다. 이 별명이 지어진 이유는 단순하다. 88올림픽 고속도로가 운전자들 사이에서 '죽음의 도로'라고 인식될 만큼 사고가 자주 나서이기도 하며, 최고 시속 110㎞까지 낼 수 있는 고속도로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제한속도 최고 시속 80㎞ 도로라서이기도 하다. 그마저도 달리기가 쉽지 않다. 대형 트럭이나 저속 차량이 앞에서 달리고 있을 때에는 시속 40㎞ 이하로 거북이 주행을 해야 할 경우도 적지 않은 도로다.
또 '내림픽 저속도로'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이유는 다른 고속도로보다 낮은 제한속도, 추월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왕복 2차로 도로, 가야산, 덕유산, 지리산을 넘다 보니 만들어진 급경사와 급커브 등으로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다른 고속도로처럼 왕복 4차로 이상의 쭉쭉 뻗은 고속도로를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달리던 사람들에게 88올림픽 고속도로는 정말 '지방도보다 못한 고속도로'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죽음의 도로
88올림픽 고속도로의 치사율은 2000년대 초만 해도 엄청났다. 한국도로공사와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0년 당시 이 고속도로 사고의 치사율은 42.86%로 '88올림픽 고속도로에서 사고 나면 두 건 중 하나는 사망사고'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는 당시 고속도로 평균 치사율 9.55%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이후 중앙 분리봉과 가드레일 등 안전시설을 더 늘리고 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해 사고율을 줄이긴 했지만, 치사율은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여전히 높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8올림픽 고속도로의 치사율은 19%로 전국 모든 고속도로 중 1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고속도로 치사율 8%의 2배 이상 수치다.
◆영'호남 화합
그럼에도 88올림픽 고속도로는 영남내륙지역과 호남내륙지역, 그것도 지역감정의 골이 깊었던 대구와 광주를 직통으로 연결해주는 고속도로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88올림픽 고속도로는 1980년 9월 전두환 대통령이 전북도청에서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지리산 관통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연구 검토하라"라고 김주남 당시 건설부장관에게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동서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계획된 88올림픽 고속도로는 1981년 10월 16일 기공식을 열면서 '88올림픽 고속도로'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이전에 남해고속도로가 건설돼 영호남의 남해안 지역이 고속도로로 연결되긴 했지만 결국 대구와 광주 사람들에게는 '돌아가는 길'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이 도로 건설로 자동차로 최소 5시간, 심지어는 8, 9시간까지 걸리던 대구와 광주의 거리가 3시간 안팎으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88올림픽 고속도로 건설 당시 신문기사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88올림픽 고속도로로 영호남의 물동량 증가와 함께 합천 해인사, 남원 광한루 등 영호남 관광자원의 활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88올림픽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지역에 들러 그곳의 관광자원을 소개하고 지역민들의 기대감을 특집 시리즈로 게재했다. 하지만 개통 2년이 지나고 나서 언론은 "교통량이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대구~창원 구간)의 20% 선에 불과할 정도로 적어 영'호남 화합이라는 당초 기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성토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최고, 최초, 최신, 유일
88올림픽 고속도로는 1981년 건설을 시작, 1984년에 완공됐다. 3년이라는 짧은 공사 기간 안에 180㎞에 달하는 도로를 만들어내면서 여러 가지 신공법을 도입했다.
이 고속도로가 가진 '최초' 타이틀 중 하나는 '국내 최초 전 구간 콘크리트 포장 고속도로'라는 것이다. 당시 제2차 석유파동의 후폭풍이 남아 있어 아스팔트 수입이 쉽지 않았던 탓도 있고, 노면 강도도 아스팔트보다 높아서 유지보수비가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 때문에 전 구간을 콘크리트로 포장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 국내 건설업체들은 콘크리트 포장 시공 경험이 전혀 없었던 데다, 단기간 공기일정의 압박 때문에 이후 부실'날림공사의 오명을 쓰게 된다. 그리고 밝은 색깔의 콘크리트 포장 때문에 운전자의 눈부심 현상이 심해 사용자들이 꺼리는 도로로 전락했다.
88올림픽 고속도로는 준공 당시 최고 높이의 다리를 보유한 고속도로이기도 했다. 경남 합천군에 있는 성기대교는 교량 높이가 47m로 준공 당시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다리였다. 현재는 중앙고속도로의 단양대교가 103m로 가장 높은 다리 타이틀을 가져갔다. 그리고 780m의 남원터널은 개통 당시만 해도 국내 최장 터널이었다.
삼거리 형태로 돼 있는 남장수 나들목은 우리나라 고속도로 중 유일한 평면교차로다. 평면교차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호남, 영동, 구마, 동해고속도로 등지에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선형개량 공사를 통해 평면교차로를 없애고 입체교차로 형태로 바뀌어 현재 남장수 나들목만 평면교차로로 남아있다. 남장수 나들목도 88올림픽 고속도로의 확장공사가 끝나면 입체교차로로 바뀔 계획이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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