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8올림픽 고속도로 확장하는 김에… 이름도 싹 바꿔?

제2의 개통을 준비 중인 88올림픽 고속도로(이하 88고속도로)의 이름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본지 4월 28일 자 4면'7월 14일 자 2면 보도 등)이 대구경북에서 제기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도 큰 틀에서는 이 의견에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역민들이 굳이 명칭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데다 도로표지판 교체 등 지방자치단체 지출이 예상되는 탓이다. 여기에 고속도로가 지나는 지자체 모두 공감하는 명칭 도출이 쉽게 이뤄지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름 바꾸는 건 누구 생각?

88고속도로 명칭 변경 문제를 처음으로 끄집어 낸 이는 박용선 경북도의원이다.

박 도의원은 지난 4월 27일 열린 경북도의회 제27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올해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88고속도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며 "영호남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박 도의원이 이러한 발언을 한 배경은 88고속도로가 국내 고속도로 중 유일하게 도로의 지정학적 위치, 도로 통과 지역 지명 등과 관계없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 성공을 기념하고자 지금의 이름으로 최종 결정된 때문이다.

첫 제안은 경북도의회가 했지만, 대구시의회도 함께하는 분위기이다. 지난달 16일 대구시의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에서 최광교 대구시의원은 88고속도로의 명칭을 '달빛동맹'을 차용해 '달빛고속도로'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최 시의원은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다녀오는 88고속도로에서 군부독재의 잔영이 남아있는 지금의 이름을 호남에서도 탐탁지 않게 여기겠단 생각이 들어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최 시의원은 "삼국시대 나제동맹이 있었듯 영호남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의미 있는 도로명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시의회에서 명칭 변경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호남 여론은 아직…

88고속도로 명칭 변경에 대해 호남 여론은 미지근하다.

박 도의원은 지난 회기 때 전남도의회를 방문해 간담회 자리에서도 88고속도로 명칭 변경 문제를 언급했다. 전남도의회는 88고속도로 확장공사를 통해 관광 등 민간 차원의 영호남 교류 증대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대구경북처럼 도로명 변경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한 바는 없다.

이용재 전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은 "영호남이 상생할 수 있는 이름으로 변경한다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이 문제가 지역 내 큰 관심사는 아니며 아직 어떤 이름으로 변경할지 거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의회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전북 남원 출신 김윤관(29) 씨는 "30년간 사용한 도로 명칭을 굳이 이제 와서 바꿔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대중의 입에 익은 명칭을 다른 것으로 갑자기 바꾸면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 시민 조계현(30) 씨는 "영호남 화합을 위해 도로이름을 바꾸자는 대구경북의 취지는 좋으나 두 지역 간 감정의 골이 깊어 명칭 변경 논의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이 생길 우려도 있어 반대한다"고 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반응 탓인지 명칭 변경에 대해 호남 언론도 아직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 김지을 광주일보 사회부 기자 역시 "아직 광주에서는 이 부분이 공론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호남 언론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명칭 변경, 산 넘어 산

무관심한 호남 여론 외에도 명칭 변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북도에 따르면 88고속도로 명칭 변경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명칭 변경은 해당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가능하지만 이에 따른 모든 비용은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주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이용재 전남도의원은 "어차피 확장 및 직선화 공사를 하는 곳에 표지판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만큼 그때 한국도로공사가 이 문제를 함께 추진하면 지자체 재정 부담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정배 경북도 도로철도공항과장은 "명칭 변경을 할 경우 얼마나 비용이 들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용역을 맡겨봐야 한다. 결국은 비용 문제가 걸림돌인데, 고속도로 관리주체는 한국도로공사인 만큼 국토부와 협의해 한국도로공사가 명칭 변경 용역을 발주한 뒤 국비사업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확장 개통 때까지 88고속도로가 지나는 모든 지자체가 만족할 만한 명칭으로 합의를 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최 시의원의 주장대로 '달빛고속도로'로 할 경우 경북, 경남, 전북, 전남 등이 도로명에서 소외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기존 도로명처럼 기'종점을 따서 '광주~대구 고속도로'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영호고속도로' 등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대구시민은 그 밖에도 '한마음고속도로' 등 영호남 화합을 의미하는 우리말 이름을 제시하기도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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