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시호일이라.
중국 당송오대의 승려로 중국 선종'운문종의 개조라 할 수 있는 운문 선사가 있었습니다. 중국 쑤저우 자싱 사람으로 후한의 음제로부터 광진 선사의 호를 받았으며 문장에 뛰어나 저서로 광록 3권, 어록 1권이 있습니다. 그가 사망한 뒤 제자들이 크게 성하여 운문종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대선사께서 어느 날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보름 이전의 일은 너희에게 묻지 않겠다. 앞으로 맞을 15일 이후에 대하여 한 마디 일러보라." 제자들 중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자 운문 선사께서는 "날마다 좋은 날"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풀어 말씀드리면,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나날이 좋은 날)이라 매일이 좋은 날인데, 길일에 나쁜 마음으로 남을 괴롭히거나 해하는 짓을 하게 되면 흉일이며, 흉일에 자비한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하면 길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매일 매일을 좋은 날로 만들면서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가끔 휴대전화로 받는 영업용 홍보 문자의 문구 마지막을 보면 '오늘도 좋은 날 되소서'라고 적혀 있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두운 긴 밤을 지나고 나온 태양이 빛나며 새 하루가 시작됩니다. 날짜도 바뀌었습니다. 그야말로 날마다 새날인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하루는 새날일까요? 어제 그날일까요? 물론 생활환경이야 어제와 다를 바가 없겠지만 마음은 어제가 아닌 오늘 시작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모든 사물에 대하여 고정관념에 싸여 있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고정관념이란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하여,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외계의 동향이나 상황의 변화에 의해서도 변혁되기가 어려운 생각.'(출처: 네이버 사전)
이처럼 우리는 내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관념 속에서 사물을 대하고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선입견이라는 것이 나를 가로막게 되는 것입니다. 물리적인 현상으로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 고정불변 할 것 같은 생각이 관념화되고 고착되면서 그것이 잠재되어 버리는 것이죠.
한 가정을 예로 들면 기본적으로 남성이 가정의 경제활동을 책임져야 하고 여성은 집안 살림과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전담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요즘이야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우리 사회가 남성의 경제적인 역할을 가정의 기본적인 요소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안정되지 못한 가정에 대하여 남성의 가장 역할이 충실하지 못하는 것을 원인으로 여기기도 하지 않습니까? 남성보다 여성의 경제활동 능력이 앞선다면 역할이 바뀐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남들 눈에 비쳐질 체면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스스로의 행복을 지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앞서 운문 대선사께서 말씀하신 '일일시호일'처럼 매일 매일 시작되는 새날을 맞이하려면 우선 우리들 마음속에 고착된 고정불변할 것 같은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이렇다'라기보다 '이것은 어찌하여 이러한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바뀐다면 아마도 늘 새로운 시간 속에 살게 되지 않을까요?
늘 만나는 직장상사나 친구들에 대해서도 '그 사람은 늘 그래?'라는 선입견보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해야 했을까?'라고 바꾸어 생각한다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행복한 관계가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들의 마음속에 고정되어 있는 생각들을 바꾸어 매일 매일 매 순간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갑시다.
擧(거) 雲門垂語云(운문수어운)하기를 十五日以前(십오일이전)은 不問汝(불문여)하겠으니 十五日以後(십오일이후)를 道將一句來(도장일구래)하라. 自代云(자대운)하기를 日日是好日(일일시호일)이다.(벽암록)
지원 동화사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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