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번거로운 캠핑인데 이래저래 준비할 것도 뒤처리할 것도 많은 바닷가 캠핑이지만, 늦잠도 달아나게 하는 텐트에서 맞이하는 동해의 일출이나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즐긴 만찬의 감동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매년 툴툴거리면서도 으레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그 번거로운 바닷가 어디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충분한 이유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캠핑은 여름만의 전유물이었다. 토요일 오후에 들어서야 퇴근하던 당시의 근로 환경과 미비한 장비들로 인하여 그때의 보통 직장인 가족들은 여름철 일제 휴가 기간 때만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그때 아버지를 따라 서해안의 소이작도, 안면도 등 해안과 섬을 다녔었는데 바닷가 캠핑의 횟수는 그때가 캠핑을 즐기게 된 지금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사실 여러 가지 장비가 개발된 지금은 여름철이 캠핑에 여러모로 힘든 환경이다. 무더위와 벌레, 또 휴가철이면 어디든 인산인해를 이루는 탓에 천막 하나 칠 곳 찾기도 여의치 않다. 선선하고 여유로운 봄, 가을의 캠핑장을 찾아 느긋하게 즐기는 편안함에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가끔은 어릴 때의 '여름 하면 캠핑, 캠핑하면 바닷가'하던 추억 탓에 홀리듯이 힘든 여정을 애써 찾아 나서게끔 된다.
바닷가는 비단 캠핑이 아니더라도 극성수기만큼은 이용객이 많아 불편함이 야기되므로 피하기를 권한다. 바닷가 캠핑을 생각한다면 인기가 좋은 유명 해수욕장보다는 덜 알려지고 한산한 곳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해운대나 경포대 등 대규모 해수욕장이 아닌 이상 의외로 모래사장에 캠핑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해수욕장이 아니더라도 해안을 따라 산재한 짤막한 모래사장 등 적당한 포인트들은 기본적인 안전과 현지주민의 허가, 군사시설 침범 여부 등을 확인한다면 캠핑이 불가능할 것도 없다. 다만 바닷가 캠핑은 해수욕이나 바다 레포츠 이용을 동반하는 경우를 생각해야 하므로 씻을 수 있는 샤워, 개수 시설 확인이 필요하다.
보통은 바닷가에 위치한 캠핑장을 예약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겠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안의 소나무 밭에 기본적인 화장실과 개수대를 갖춘 야영지를 무료로 운영하기도 하니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바닷가에 위치한 오토 캠핑장들은 위치에 따라 바로 바다가 조망되는 사이트들이 있는데, 인기가 많으므로 미리 예약하여 확보할 수 있다면 추천한다. 일부 캠핑장은 유아들을 위해 안전한 해수풀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있기에 알아보고 이용하면 유용할 것이다.
해안가의 모래사장이나 송림촌 등 사이트 구획이 정해지지 않은 공영 야영지에서 너무 과도한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결례이다. 사이트와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간소하게 채비하는 것이 이동에도 간편하다. 모래밭에 텐트를 칠 경우 땅이 물러 기존의 팩이 소용없거나 튼튼하게 지지가 되지 않으므로 팩 없이 자립 가능한 돔 텐트, 팝업텐트가 유용하고 없다면 모래 전용의 샌드팩을 사용하거나 나뭇가지를 꺾어 대체할 수도 있다.
바닷가는 밤낮으로 방향이 바뀌는 바람의 세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팩의 고정력이 저하되는 모래사장에서 일반적인 타프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작은 헥사 타프 정도를 소나무 숲의 나무 기둥을 이용해 묶는 방식으로 설치하는 것이 적당하다. 낮의 무더위는 그래도 어찌할 수 없기에 해수욕이나 인근 어시장, 부둣가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실용적일 것이다. 해수욕 후에 필요한 샤워시설이 미비하다면 근처 슈퍼나 현지 민가 등에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물통에 물을 길어와 샤워 텐트에서 씻는 것도 이색적인 캠핑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저렴한 가격대의 샤워 텐트와 높은 곳에 걸어 중력으로 물을 뿜어주는 샤워 팩, 발 펌프와 전원으로 작동하는 캠핑샤워 킷트 등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되어 있으니 활용한다면 캠핑지 선정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바닷가 캠핑은 불어오는 해풍에 묻어온 염분과 수시로 유입되는 모래로 인해 캠핑 후 장비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철수 현장에서 여의치 않다면 집에 돌아와 가급적 빨리 청소, 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폴대 결합부나 폴딩 부위에 끼어 있는 모래 알갱이를 블로어로 불어 깨끗이 제거해주고 표면의 염분을 닦아서 보관한다. 텐트와 타프의 스킨도 가능하다면 깨끗한 물로 샤워시켜 준 뒤 건조 후 수납한다.
가뜩이나 번거로운 캠핑인데 이래저래 준비할 것도 후처리할 것도 많은 바닷가 캠핑이지만, 늦잠도 달아나게 하는 텐트에서 맞이하는 동해의 일출이나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즐긴 만찬의 감동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매년 툴툴거리면서도 으레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그 번거로운 바닷가 어디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충분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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