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역 뿌리산업 사활 걸린 '기업연합체' 전략

지역 기계금속 업체들이 활로 개척을 위해 새로운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대구경북 10여 개 기계금속 분야 뿌리기업들은 소재에서부터 주조'금형'부품 검수까지 공동 작업을 통해 기술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처음 도입했다. 이 '금형 컨소시엄'은 그동안 제각각 경쟁해온 영세 업체들이 한 덩어리가 되는 합종연횡 전략으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은 프레스'사출 금형, 소재, 주조, 검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지역 업체들이다. 우수한 제조 능력을 갖췄음에도 규모가 작아 설비 투자나 기술력 향상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해외 거래처 확보나 수익성 제고 등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연합체를 만들어 시장 개척 등 외연 확대에 나선 것이다.

금형 컨소시엄은 모든 작업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성품에 대한 기술적 신뢰도는 물론 시간'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특히 국내외 거래처 확보가 용이해지는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기계금속협동조합은 올 하반기에 '나노 컨소시엄' 등 연합체 전략을 다른 업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기계금속 분야는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전체를 떠받치는 기반 산업이자 뿌리산업이다. 주조와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등 우리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과도 맞물려 있다. 대구의 산업구조 또한 이들 뿌리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금속업종만 봐도 모두 462개 업체, 1만5천 명의 근로자가 일한다.

하지만 지역 금속가공업체의 영업이익률은 3.6%에 불과하다. 일반 제조업의 영업이익률 9.8%에 비해 훨씬 낮다. 일이 힘든 데 반해 수익성은 떨어지는 저효율 구조가 굳어진 탓이다. 영세업체의 난립 등 현행 구조는 인력난에다 일감 부족, 낮은 영업이익률 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결국 업체 존립마저 뒤흔드는 위기 상황을 부를 수밖에 없다.

영세기업이 작은 국내 시장을 놓고 서로 다투는 것은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 중심의 연계 산업구조가 정착한 독일과 일본, 대만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의 뿌리산업도 이제 기술 차별화와 생산성 제고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기업연합체나 이업종 간 네트워크가 좋은 대안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관련 기관도 컨소시엄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지역 뿌리산업의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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