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가 필수다."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기 전에 좀 더 좋은 재료를 고르기 위해 발품을 파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음식 한 가지를 만들기 위해서도 들이는 정성이 대단한데, 하물며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작품을 만드는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작성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소서를 작성하는 목적은 '자신의 훌륭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다른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소서를 제대로 쓰려면 가장 먼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분석해야 한다. 학생부에는 학생을 표현하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다. 이러한 재료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자소서를 잘 쓰는 관건이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부는 '인적사항'부터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까지 10가지 영역으로 나눠 학생의 개인별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4번 수상경력, 7번 창의적체험활동 상황, 8번 교과학습발달 상황, 9번 독서활동 상황이다.
수상경력은 교과 및 비교과 부분의 관심 영역과 특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자신의 수상경력에서 어떤 대회가 자신의 학업능력을 잘 보여 줄 수 있는지 찾아 기록하면 된다. 무조건 높은 상을 받은 대회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회에 참여하기 전과 후의 과정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대회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비싼 재료를 고르기보다 음식에 어울리는 재료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창의적체험활동 상황 영역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동아리활동과 진로활동이 학습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동아리활동 가운데 학술동아리 활동 경험은 관심 있는 학업영역에 대한 탐구능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진로활동에선 진학 희망 학과가 어떤 학문 분야를 공부하는지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분야와 관련 있는 독서를 통해 학문적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8번 교과학습발달 상황 영역은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목별 등급과 성취수준으로 학생의 학업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부분을 통해 학생의 학문적 잠재력을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드러나는 학업 성취보다는 학생이 대학에 입학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부분에서 자신의 학문적 잠재력을 어떻게 보여줄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 중에서 특히 관심 있었던 주제에 대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한 경험이 있다면, 그 과정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9번 독서활동 상황은 현재 대학에서 강조하고 있는 독서력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은 독서활동 상황을 통해 지원자가 원하는 학문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알기를 원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교과를 기반으로 하는 교과 연계 독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해 기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과 연계 독서활동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이 관심 있는 영역에 대한 독서를 통한 주제탐구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학생부의 영역별 분석을 통해 자소서 작성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 자소서는 '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은 지원하려는 대학의 학과에 어울리는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실제 자소서를 쓸 때 한 가지만 명심하자. 학생부에 잘 나타나 있지 않은 사실을 적는 것이다. 학생부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 중심으로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자소서에는 왜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를 기재하는 게 좋다. 자소서 양식에 나타나는 모든 질문이 공통으로 묻는 것이 있다. 왜 그 활동을 했느냐다. 이것을 밝혀주는 것이 자소서 작성의 목적이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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