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반성과 용서가 있는 독일 다하우 수용소

1967년 포항 출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박사후과정
1967년 포항 출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박사후과정

나치 독일 최초 강제집단구금시설

메르켈 "고문·죽임 희생자 기억" 반성

히틀러·일본 군부의 비극적 국정 운영

반성 않으면 惡의 역사 되풀이될 수도

독일 남부 도시 뮌헨에서 북서쪽으로 16㎞ 떨어진 조그만 마을 다하우에는 특별한 곳이 있습니다. 나치 독일이 세운 최초의 강제집단구금시설인 다하우 수용소입니다. 1933년 정치범을 구금할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나중에는 유대인, 성직자, 장애인 등 가리지 않고 수감하였던 곳입니다. 수용소 내에는 나치스친위대 양성학교도 있었습니다. 수용소가 위치한 다하우는 또 다른 의미에서 히틀러 독일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방황하던 히틀러가 독일로 건너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 정착한 곳이 다하우입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뮌헨의 호프브로이에서 나치당은 첫 모임을 가지고 히틀러의 독일을 설계했습니다.

다하우 수용소는 상상 이상의 지옥이었습니다. 1933년 설립부터 1945년 해방까지 수용소를 거쳐 간 사람들은 20만 명에 달합니다. 공식적으로 수용소에서 숨진 사람은 3만2천 명에 달하는데 질병, 영양실조, 자살 등의 이유로 2만 명 이상, 보조 수용소에서 거의 1만 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당시 누락된 부분을 감안하면 실제 숨진 이들은 4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1945년 4월 무렵 종전이 임박해지자 궁지에 몰린 나치스는 전방에 설치된 수용소를 소각하고 수감자들을 모두 다하우로 이송하였습니다. 수용 인원이 갑자기 많아진 다하우 수용소는 물과 음식이 고갈되어 수용자 전원이 아사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당시 미군 부대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용소를 접수하자 구석구석에 바짝 마른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피골이 상접하여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독일은 그런 다하우 수용소를 박물관으로 개조하였습니다. 자료전시실에 들어선 사람들은 말이 없습니다. 히틀러 독일의 등장과 몰락에 대한 자료를 시기별로 배치하고 있는데 그 잔혹함과 참상들을 알리는 포스터, 사진들이 너무나 끔찍합니다. 희생된 자들의 신상과 당시의 상황들도 있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국적과 직업군의 사람들이 수감되어 참상을 겪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주목할 것은 히틀러의 독일이 등장하게 된 배경입니다. 다양한 통계자료들과 상황 묘사를 통해 마치 히틀러 독일의 등장을 변명하듯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요지는 하나, '배고픔'입니다. 당시의 경제상황을 기록한 도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노동력 공출에 따른 생산력 저하로 독일 전체가 아사 직전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 독일에 상대적 빈곤감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사회주의의 탈과 경제성장을 주도할 국가주의의 탈을 쓴 히틀러가 등장한 것입니다.

올해 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해방 70주년을 맞은 다하우 수용소를 찾았습니다. 그 부끄러운 현장에서 메르켈 총리는 나치와 생각, 신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용소에서 고문받고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을 기억하겠다고 반성했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반성은 일회성이 아닌 듯합니다. 그녀는 총리가 되기 전에도 다하우 수용소를 찾아 "우리는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으로 가득합니다. 독일인 대다수는 당시 대학살에 눈을 감았고 나치 희생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역사에는 '결말'이 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히틀러 독일의 등장은 독일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돌아보아야 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진일보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인에 따라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국정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과거 히틀러나 일본의 군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문제는 죄와 벌, 반성과 용서입니다. 시행착오로 인해 빚어진 결과가 인간사회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냉정하게 반성하고 또 반성하지 않으면 악의 역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인간이 가진 한계인 '망각' 때문에 자신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착각'하여 엉뚱한 짓을 기획하는 '환각' 상태에 있는 자가 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처럼 행세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목도하고 있는 우리는 메르켈 총리의 반성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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