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박모(28) 씨는 2013년 대구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3년째 부모와 함께 살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입사에 필요한 스펙을 쌓아야 함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는 탓에 부모로부터 매달 40만원의 학원비와 30만원가량의 용돈을 받고 있다. 지난해 서울 한 기업에 6개월짜리 인턴사원으로 입사했을 때는 월급 80만원으로 60만원짜리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박 씨는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 여태 독립하지 못했다. 틈틈이 기업 인턴에 지원해 다녀봤지만 많은 경우 정규직 사원을 뽑지 않다 보니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원하는 기업에 들어갈 때까지는 부모님 집에서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아 늘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절반 수준이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3일 발표한 '캥거루족의 실태와 과제' 자료에 따르면 2010∼2011년 대졸자 1만7천376명을 조사한 결과 대졸자의 51.1%가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캥거루족은 어미 배 속에 있는 새끼 캥거루처럼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은 성인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대졸자의 10.5%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용돈을 받았고, 35.2%는 부모와 함께 살지만 용돈을 받지 않았다. 부모와 따로 살지만 용돈을 받는 대졸자는 5.4%였다. 기혼 대졸자 중에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캥거루족이 14.0%에 달했다.
전공계열별로는 취업률이 높고 취업 후 임금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의약'공학계열 대졸자의 캥거루족 비율이 낮았다. 캥거루족의 47.6%는 정규직 취업자, 34.6%는 비취업자, 14.7%는 임시직 취업자, 3.1%는 자영업자였다. 개발원은 취업에 성공하고서도 캥거루족으로 사는 것이 일자리의 질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캥거루족 중 자신이 바라는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사람은 19.5%인 반면, 비(非) 캥거루족은 42.3%에 달했다. 캥거루족 취업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다.
대학 때 뚜렷한 취업 목표를 가졌던 대졸자(48.2%)는 그렇지 않은 대졸자(54.5%)에 비해 캥커루족이 될 확률이 비교적 낮았다.
오호영 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캥거루족 현상의 근본 원인은 취업난 악화로 양질의 취업 기회가 많지 않은 데 있다"며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노력과 함께 대학 내 취업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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