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실에서-가정 여성] 때리고 무시하고… 폭력 아내, 어떡하죠?

◆고민= 결혼한 지 8년이 되었으며, 슬하에 딸이 하나 있는 50대 초반의 남성입니다. 가난한 장애자 부모를 둔 집안의 막내아들로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위로 형들이 있지만 장애 때문에 경제적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부모의 유일한 힘이고 자랑이기에 힘든 직장도 씩씩하게 다녔습니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나이도 많았고 가정형편도 어려워서 부유하게 살아온 아내가 결혼을 거절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허락해준 것이 고마워서 천사로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결혼생활 내내 저와 가족들을 무시했습니다. 또 아내는 성격이 지나치게 깔끔해서, 방에 머리카락 하나 떨어진 것도 지저분하다며 폭발합니다. 어머니가 텃밭에서 가꾼 야채를 가져오기라도 하면 제가 보는 앞에서 더럽다고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부부 동반으로 외출하는 날에는 제가 초라하고 나이 들어 보여서, 부끄럽다고 욕설을 하면서 때리기도 했습니다. 화가 나면 부엌칼을 들고 죽인다고 덤빈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사실 창피하지만 화난 아내에게 많이 맞고 살았습니다.

이혼도 생각해 봤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 이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아내가 시댁 식구들을 싸잡아서 '거지 같다'고 무시하는 말에 격분해, 처음으로 아내를 때리다가 제 몸을 다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저는 엉겁결에 집을 나와 버렸습니다.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딸에게 창피해 집에 들어가기가 싫습니다. 하지만 아내로부터 집에 들어오라는 전화 한 통 없는 것은 더 섭섭합니다. 평소 집안일을 열심히 도왔고 시키는 대로 했지만, 아내는 돈 적게 벌어온다고 구박하는 일이 일상입니다.

아내에게 저의 존재는 돈 버는 기계 이외엔 아무 가치도 없는 인간입니다. 정말 괴롭고 죽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저를 비난하는 아내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어떻게 하면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고 아내와 함께 살 수 있을까요?

◆해법= 장애가 있는 부모와 형제를 둔 열악한 환경에서 집안의 기둥인 귀하가 늦은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안쓰럽고 안타깝습니다. 귀하의 잘못은 아니지만 자신의 환경에 늘 주눅이 들어 배우자 선택에서부터 결혼생활 내내 위축되어 참아야만 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번듯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가져다준 정성어린 야채들을 아내가 송두리째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때, 아내에 대한 야속함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지요.

처음엔 아내가 결혼을 허락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감동했으나 그것도 잠깐일 뿐, 현실에서의 삶은 냉혹하여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마냥 행복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귀하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부모'형제의 현실을 거론하며 무시하고 모욕적인 말을 하는 아내의 행동은 그 누구도 참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천사로 착각했던 아내가 호랑이로 변신하고 행복을 기대했던 가정이 산산조각 났다고 생각하지만, 귀하의 깊은 내면에는 가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과 가족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습니다. 여기서 잠깐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보류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지금 여기서 귀하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온 집안의 기둥이고 자랑거리인 귀하는 이혼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이런 모습(아내를 때리다가 자신의 몸에 상처 입은 것)이 싫고, 딸에게 보이는 것은 창피해서 집에 들어가는 것이 망설여진다고 했습니다.

귀하가 이 순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을 요약한다면 첫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부모님이 자랑할 만한 직장을 가지고 가족을 부양하며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격려해야 합니다. 즉 귀하는 장애를 가진 가족들의 기둥으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무한책임을 지며,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며 살아온 것을 스스로 칭찬하며 용기를 내야 합니다. 둘째 매순간 아내에게 맞추려고 무조건적으로 인내를 하기보다는 아내를 체계적으로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처럼 이방인끼리 만나서 살아가는 우리 부부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즉 어린 시절의 가족환경, 성격, 심리적인 남녀 차이 등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셋째 먼저 천국의 대화기술(아내와 대화 시에는 나의 단점과 상대의 장점을 말하고, 상대 입장에서 상대방 감정을 먼저 챙겨주기)을 배우고 실천하여 아내의 마음을 움직인 후 부부 상담으로 각자의 강점을 찾아 서로 칭찬하고 인정하며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로서 아내의 마음을 움직여 보십시오. 귀하가 원하는 가정으로 회복시키는 위력을 발휘할 용기를 내야 합니다.

◆해법 도출과정= 현대사회의 특징은 그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의 형태로는 핵가족, 확대가족, 한 부모가족, 재혼가족, 동거가족, 다문화가족, 장애인가족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여기서 장애인가족은 심신이 불편한 장애인과 건강한 비장애인이 함께 더불어 사는 가족입니다. 이러한 가정에서 장애인 개인의 어려움은 말할 나위가 없으며, 비장애인 가족원이 겪는 어려움도 그에 못지않으나 간과되기 쉽습니다. 본 사례자의 경우 부모와 형제가 장애인이라 혼자 과도한 책임을 져야 하고, 가족 속에서 불평할 대상도 없어서 자신을 억압하며 현실적인 모든 짐을 짊어지고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이 짐을 아내와 나눌 수 있으리라는 분홍빛 꿈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부유하게 자란 아내는 그저 '측은지심'을 발휘하며,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뛰어들었으나 현실은 가시밭길이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첫째 자신을 둘러싼 어려운 환경을 직시하며 무한책임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지지하여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부부 서로 차이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여 아내를 이해하고 서로에 대한 각자의 바람을 표현해야 합니다. 셋째 전문가의 도움으로 자기 내면 통찰과 부부 대화 기술을 익히고 실천하여 평화로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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