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로워졌다는 한'중 관계, 냉정하게 지켜봐야

중국의 한반도 정책 변하고 있다 보기는 일러

한미동맹 강화하면서 중국과 협력 넓혀나가야

중국의 '항일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의전상'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3일 톈안먼 성루에서 시진핑 주석 오른편 푸틴 대통령 다음 자리에 서서 기념행사를 지켜봤다. 반면 북한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앞줄 맨 끝에 자리를 '배정'받아 변화한 한'중'북 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줬다.

그러나 이러한 의전상의 예우가 남한과 북한에 대한 정책 기조의 급격한 변화를 뜻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시 주석의 발언들을 곰곰이 새겨보면 중국은 기본에서 변한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도발'을 경고한 것으로 읽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의 한국 내 배치를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로도 읽을 수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평가대로 중국의 외관상 융숭한 대접은 '공짜'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 주석은 또 "한민족에 의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강조했다. 반가운 소리지만 그 안에 포함된 뜻은 만만치 않다. 원론적으로는 통일 과정에서 한반도 주변 열강들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한반도에서 미국이 손을 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이 그럴 의도가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국제 정치학자들은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통일 방식은 '중립화 통일'이고, 이는 곧 통일 한국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와야 함을 뜻한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시 주석의 발언은 한반도 통일 방식에 대한 중국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도 많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은 '의미 있는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10월 말~11월 초 한'중'일 정상회의 서울 개최'이다. 이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측이 가장 기대했던 '북핵(北核)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은 진전이 없었다. 결국 큰 틀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은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사실들에 비춰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중국이 우리 편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성급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바로 중국과 협력의 범위와 깊이를 심화해가되 그 전제는 한미동맹의 변함없는 유지와 강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열병식 참석 여부를 두고 국내에서도 다소 논란이 있었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도 이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들이 다수 있다고 한다. 내 편인지 아닌지 아직 알 수 없는 새 파트너를 사귀려다 오랫동안 우정을 쌓은 파트너와의 관계가 금이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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