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대구 중구 도원동 한 골목. 속칭 '자갈마당'으로 불리는 이곳 골목에는 건물마다 붉은 등을 밝힌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쇼윈도 안쪽에는 2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아찔한 차림새를 한 채 높은 의자에 앉아있었고, 한 남성이 가게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한 듯한 남성 2명이 골목으로 들어서자 얼른 달려가 부축했고, 이내 이들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대구 유일의 집창촌 자갈마당의 '홍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대구시 등이 지난해부터 폐쇄 방침을 밝혔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폐쇄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갈마당 성매매업소는 37곳, 종사자는 110명으로 10년 전인 2004년 62곳, 350여 명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성매매 영업 행위는 여전하다.
하지만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미 집창촌을 폐쇄했거나 추진 중이어서 대비를 이루고 있다.
2013년 5월 폐쇄가 결정된 강원도 춘천의 난초촌은 춘천시가 정비사업 예산을 확보해 업주와 세입자 등에게 주거 이전비를 지원하고, 조례를 만들어 성매매 여성들에게 특별생계비를 지원하는 등 사업 성과를 냈다.
성매매 업소 폐쇄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대전 대덕구 중리의 경우, 2012년 '중리행복길 조성사업'을 통해 대덕구청이 나서 커피전문점이나 식당으로 업종 전환을 유도했고, 각종 조형물과 벤치를 설치해 골목 분위기를 바꿨다. 음식점과 카페 등으로의 업종 전환이 하나둘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했다.
상대적으로 늦게 대응한 대구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폐쇄 움직임이 일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전국 집창촌 폐쇄 방침을 발표하자 시민단체들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를 조성해 자갈마당 폐쇄와 개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고, 올 3월에는 시와 중구청, 중부경찰서 등 관계 기관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폐쇄 절차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TF 구성 후 업소를 대상으로 경찰 단속이나 불법건축물 단속, 소방시설 점검 등 강경책만 쓰고 있을 뿐 별다른 대책이 나오고 않고 있다. 자갈마당 일대 1만2천400여㎡에 있는 업소들을 폐쇄하고 개발하려면 최소 6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데 지자체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시와 중구청의 입장이다.
단속만을 내세운 조치가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을 궁지에 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력적 방식으로 폐쇄와 개발을 할 경우 업주에 의해 여성들이 다른 지역으로 넘겨지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생계 대책이 없는 성매매 여성들을 그저 나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지원과 직업교육 등을 통해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대구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 시행 당시 정부가 성매매 여성들에게 생계비, 직업훈련 등을 지원한 것이 탈(脫)업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도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지원이 필요하다"며 "폐쇄 이후에도 거리조성사업이나 여성인권 복원의 상징으로 만드는 등의 구체적 재정비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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