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omen want.'(왓 위민 원트, 여성이 원하는 것)
이 말은 지난 2001년 1월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 제목이다. 이 영화에서 "프로이트는 죽는 순간까지도 이걸 생각했대요. 여성이 원하는 건 뭘까?"라는 대사가 나온다. 프로이트뿐만 아니라 뭇 남성은 자신이 마음에 담아둔 여성을 사로잡고자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안다는 게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대구 동성로에 이 쉽지 않은 걸 꿰뚫어 본 레스토랑이 있다. 그래서인지 여성이 주요 손님이다. 기혼이든 비혼이든 여성으로서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삶에 치여 잃어버린 소녀 감성을 되찾고 싶다면 레스토랑 '작은방'으로 가보자.
◆마음을 채워주는 '작은방'
레스토랑 '작은방'은 외로움을 팔지 않는다.
김대웅 '작은방' 코치('작은방'에서는 대표를 코치라고 부른다)의 명함 뒷면에는 '그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이라는 다소 오글거리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방'이라는 공간은 대구 유행의 1번지 동성로에 있는 식당답지 않게 트렌디한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마음을 따스하게 채워주는 소품과 실내장식으로 공간이 꾸며졌다. 식사 전후 여성이 완벽한 자태를 꾸밀 수 있게 자리마다 놓인 와인잔 모양 손거울, 일행이 손거울을 볼 때면 다른 일행도 거울을 볼 수 있게 벽면마다 거울이 붙어 있다. 또한 긴 머리 여성이 식사할 때 불편함이 없게 손거울 아래에는 좌석 수만큼 머리끈이 준비돼 있다.
'작은방'의 세심함은 다른 곳에서도 묻어난다. 계산서도 예쁜 엽서와 함께 제공한다. 손님은 이 엽서에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계산대 뒤편에 비치된 단골손님 서랍장에 손거울 선물을 넣어두기도 한다. 남자 화장실과 달리 여자 화장실은 화사하게 꾸며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스와로브스키 직원 김현정(43) 씨는 "이곳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봉지 칵테일처럼 음료가 나오는데 음료가 담긴 투명 봉지마다 직원들이 손 글씨로 쓴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가 있는데 그게 매우 좋다"며 "그 밖의 다양한 이벤트 덕분에 대접받고 가는 느낌도 들고 친구들에게 '나 이런 곳도 알고 있어'라고 자랑할 수 있는 곳이다"고 했다.
김 코치는 "솔직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단순히 배만 채워가는 곳이 아니라 마음마저 채워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만 15년이 넘는데 그동안의 노하우가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꾸 생각나는 맛
스와로브스키 직원들이 '작은방'을 즐겨 찾는 데는 음식 맛도 한몫한다.
스와로브스키 직원 김민아(30) 씨는 약 4개월 전 동성로를 지나다가 갑자기 건물에서 내려온 음료 봉지 때문에 위를 올려다봤다. 건물 2층, 그러니까 '작은방'에서 고양이 인형 탈을 쓴 이가 낚싯대로 음료를 아래로 내려 이목을 끄는 이벤트를 했다. 이에 호기심을 느낀 김 씨는 동료와 함께 '작은방'을 찾았다.
동료 이미자(42) 씨는 "'작은방'의 음식은 처음 먹었을 때 바로 '맛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냥 '입에 맞다' 정도였는데 다 먹고 집에 와서도 자꾸 생각났다. 그리고 한식이랑 접목했는지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황혜영(38) 씨는 "메뉴의 독특함도 단골이 된 이유다. 불고기 밥심이나 불고기 토마토 스파게티는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메뉴인 데다, 불고기 양도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푸짐하게 나오는 게 장점이다"고 말했다.
'작은방' 단골 스와로브스키 직원들은 크림스파게티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김현정(43) 씨는 "크림 맛이 굉장히 진하다"고 했다. 오혜진(33) 씨와 최희정(45) 슈퍼바이저는 "가격은 저렴한데 양은 푸짐하고 장식도 예쁘다"고 입을 모았다.
'작은방' 직원들은 치즈정상회담 빠네 크림스파게티는 크림치즈 등 5가지 치즈를 사용해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크림 맛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또한 불고기가 들어가는 메뉴는 시중에 판매되는 양념이 아니라 직접 만든 양념으로 재우고 토마토스파게티 역시 토마토소스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김 코치는 "식당 하는 사람이 이렇게 시판 소스나 양념을 일일이 만들어 쓰는 게 미련하고 고생스럽지만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단 생각에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며 웃었다.
▶불고기 토마토 스파게티 1만1천900원, 치즈정상회담 빠네 크림스파게티 1만5천900원, 청정우 불고기 밥심 9천900원.(메뉴 2가지 이상 주문 시 피자 1판 서비스)
▷영업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준비시간)
▷규모=40석
▷주소 및 문의=대구시 중구 동성로 2길 24(삼덕동 1가 12-1), 053)254-7070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사진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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