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현장기록 112] 가정과 사회를 파탄 내는 술

그리스 철학자 아나카르시스는 "한 잔의 술은 건강을 위해서, 두 잔 술은 쾌락을 위해서, 석 잔 술은 방종을 위해서, 네 잔 술은 광기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처럼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것만큼 대인 관계 형성과, 정신 및 육체 건강에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과도한 음주만큼 위험한 것도 없으니 음주가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에서는 술로 말미암은 범죄행위가 지구대의 모든 범죄 건수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술 때문에 발생하는 폭력, 강간 및 강제추행, 공무집행방해, 모욕죄, 음주운전 등의 건수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올해 5월 중부경찰서 관내에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후 도주한 '뺑소니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도착과 동시에 확인한 결과, 이미 피해 운전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그 사건의 내용은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망자가 신천대로에서 운전석에 앉은 배우자의 의자를 조절해 주려고 잠시 하차하여 의자를 조정하는 사이, 뒤에서 운행하던 SUV 차량이 추돌한 사고로, 가해 운전자는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사건이었다. 119 구조 요청과 동시에 목격자 탐문 등을 통해 용의 차량을 특정하고, 긴급 수배를 통해 주요 도주로를 차단, 주변 수색을 하던 중 앞범퍼가 파손된 용의 차량을 발견하였으나 용의자는 이미 차량을 버리고 도주한 후였다.

범죄자는 사고현장에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예감에 사고현장을 구경하는 사람을 탐문해 가해 차량 소유주와 흡사한 사람을 발견했다. 불심검문을 통해 여러 모순점을 발견하고, 모든 정황과 증거 등을 제시하자 그제야 사고 사실을 인정했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검거하였다.

당시 사고는 사망자의 배우자, 자녀가 승차하해 있었고,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자녀와 평생의 반려자를 떠나보낸 배우자의 정신적인 충격은 물론 한 가정을 파탄 낸 것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사고 가해자는 평범한 시민이었으나, 음주운전 때문에 타인의 가정을 파괴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 또한 파괴되어 버린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의 범죄자로 전락하여 버렸다.

그리고 7월경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뒤에서 남자가 강제추행을 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하게 됐다. 여성이 거부하는데도 만취한 남자들이 손으로 엉덩이를 만지고, 뒤에서 포옹하고 강제로 입을 맞추려고 하는 등 추행한 사건이었다. CCTV 영상 확인 및 목격자 진술 등으로 범죄 사실을 확인했다. 피의자에게 증거가 확보되었음을 고지했지만, 체포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은 "추행한 적이 없다, 증거를 대라"는 등 범죄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등 과도한 음주 때문에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술이 깬 후 과도한 음주로 인한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쳤지만 이미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평상시에는 위와 같은 행동이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누구든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술을 과도하게 먹다 보면 그 사실이 범죄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과연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저런 범죄행위를 했을까?'라는 생각에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은 술이 깨고 난 다음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 "평상시 나는 그런 범죄행위를 할 사람이 아니다"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후회를 하나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술이 나쁜 것이지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다"라는 말은 더는 현실에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입법부에서도 최근 술로 말미암은 범죄의 심각성 때문에 관공서 주취소란에 대해 처벌하는 법률을 제정하였고, 사법부도 술로 말미암은 범죄의 경우 더는 심신미약으로 간주하지 않고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로, 술로 말미암은 범죄 발생 시 심신미약자로 형이 감경되는 판결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에서도 한국인의 정서상 술을 마시면 그럴 수 있지라는 것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직무 집행 중에 발생하는 모욕죄, 공무집행방해 등의 피해를 보았을 경우 지급명령 및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을 활용하여 위자료 청구 등 술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기분 좋게 시작한 술자리 때문에 이성을 억누르지 못할 때 자신에게 다가올 피해 역시 커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형사적인 처벌, 재산상의 피해, 정신적인 손해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며 술로 말미암은 범죄행위는 더는 용서받을 수 없게 되었다.

위 사례와 같이 과도한 음주는 사회의 안전과 한 가정을 파탄 낼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의 가정이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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