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검색 때문이 아닌 사색을 위해 고개 숙이자

2013년 매일신문에서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보도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도 버스 정류장에서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 예외없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진을 크게 실었다. 이것이 고개 숙인 다음 세대와 슬픈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마음으로 보았다. 지하철을 타도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모바일 광고업체인 인모비가 2012년 7개국 9천6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하루 한 시간 이상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이 프랑스 25%, 인도 32%, 미국 35%, 한국이 39%로 단연 1위였다. 물론 스마트폰 검색만을 따지면 그 차이는 배를 넘는다. 물론 검색을 함으로 얻는 장점도 참 많다. 그러나 기계를 통한 검색은 속성상 얇은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높다. 검색의 가장 큰 폐해는 자신이 찾아보고 고민하고 깊이 사색하는 삶의 깊이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지식을 넓혀주고 경험하지 못한 많은 부분을 경험케 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게 하는 책과의 거리도 생기게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량이 1년에 약 한 권 정도가 줄고 있다고 한다. 민간 시장 조사 기관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들 중 48%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서 독서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응답을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발달로 굳이 번거롭게 책을 읽지 않아도 클릭과 터치 한 번으로 쉽고 빠르게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환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가 책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찾고 읽는 수고는 불편하고 힘이 든다. 그러나 느리지만 깊은 지혜를 선물한다. 요즘은 목회자들 가운데서도 책을 많이 읽고 사색하지 않고 인터넷을 의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지식의 전달은 될지 모르지만 그 깊이와 내용에 있어서는 독서와 사색에서 오는 설교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다.

광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클리오상을 13개 부문에서 받고 창립 10년 만에 매출 1천억원의 기업을 일궈낸 린다 카플란 탈러 그룹의 린다 카플란 탈러와 그의 동역자 로빈 코발은 그들의 수상 이유를 밝히며 그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은 작은 부분에 있어서도 심지어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관심과 관찰을 했고, 그다음에는 깊은 사색이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사색에 대하여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는 "아무리 많이 끌어 모아도 스스로 사색해 낸 지식이 아니면 가치는 의심스러우며 양으로는 보잘 것 없어도 몇 번이고 골똘히 사색해 낸 지식이라면 가치는 훨씬 크다" 고 했다.

우리는 빠름과 편리함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불편함과 느림을 추구해야 하는 것도 있다. 검색창과 인터넷의 과소비에서 조용히 아날로그적인 멋과 깊이를 추구하며 독서와 사색의 시간으로 들어가 보면 좋겠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이런 사색과 독서의 멋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같은 이야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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