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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돌아온 몽향 최석채…"언론은 국민 권리 대변 최후의 보루"

'백주의 테러' 사건 60주년 실경 연극…"권력에 맞선 정론직필 정신 다시 되새겨"

몽향 최석채 주필 필화 사건(백주의 테러) 60주년 기념 실경연극이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최석채 주필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몽향 최석채 주필 필화 사건(백주의 테러) 60주년 기념 실경연극이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최석채 주필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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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향 최석채 매일신문 주필 필화 사건(백주의 테러 사건) 60주년 실경 연극\' 출연진들이 10일 대구 대명동 우전 소극장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
정치 깡패들이 매일신문사를 습격해 직원들을 구타하고 윤전기 등 시설을 부수는 장면.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정치 깡패들이 매일신문사를 습격해 직원들을 구타하고 윤전기 등 시설을 부수는 장면.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2일 오후 2시 10분쯤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예정된 '세계언론자유영웅 50인-몽향 최석채 매일신문 주필 필화 사건(백주의 테러 사건) 60주년 실경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객석에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관객이 있었다. 김윤택(83'대구 동구 신기동) 씨였다. 그는 20대였던 60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김 씨는 "당시 매일신문을 보며 사건의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과거 대구 지역사회에 있었던 꽤 큰 사건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바르게 살았고 사회에 모범이 됐던 최석채 주필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요즘 사회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이 개선됐지만, 앞으로 더욱 나아져야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최 주필과 그가 펼친 뜻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김 씨 외에도 당시 백주의 테러 사건을 매일신문으로 접했던 어르신들이 여러 객석을 채웠다. 한 어르신은 "이거 자유당 때 얘기 맞지요?" 하며 연극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고, 또 한 어르신은 연극에 출연하는 비슷한 세대의 원로 연극인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객석과 무대 주변은 발걸음을 멈춘 시민들로 점점 채워졌다.

연극은 오후 2시 45분쯤 시작됐다. 비가 조금 내렸지만 배우들과 관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가까이에서 서로 호흡을 나누며 연극 공연 및 관람을 진행했다. 최석채 주필과 서정길 주교가 함께 걸어 나오며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갑자기 괴한들이 매일신문사를 습격해 직원들을 구타하고 윤전기 등 시설을 부수는 장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뒤집어쓴 최석채가 재판정에 서는 장면 등이 이어졌다.

공연은 최석채의 마지막 변론 장면에서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언론은 국민의 권리를 대변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언론자유를 정당하게 보장받고 싶습니다." 이어 최석채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관객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장 장면이 전환됐고, 최석채의 공연 마지막 대사가 이어졌다. "다행히 저의 고난이 매일신문이 정론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영광스럽게도 세계언론자유영웅 50인으로 선정돼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윽고 약 10분 분량의 짧지만 강렬했던 공연이 마무리됐고, 객석 여기저기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연극 공연은 어르신 관객들에게 과거 대구의 역사적 사건을 다시 음미시켜줬고, 젊은 세대에게는 대구의 역사 한 페이지를 실감 나게 알려주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지나가다 우연히 공연을 봤다는 고등학생 정규현(17'대구 북구 침산동) 양은 "대구의 역사적 위인으로 이상화 시인 등 몇 분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연극을 보고 최석채 주필님을 새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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