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구의 한 30대 남성이 9개월간 사귀었던 여자친구를 20여 차례나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별 통보' 때문. 그는 법정에서 "피해 여성에게 직업과 재산 상태 등을 속인 것이 들통나 이별 통보를 받았고 더 이상 만나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최근 연인과의 이별이 폭력, 심지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대부분 '이별 통보'와 관련이 있어 남녀 간의 사귐과 이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2011년 754명, 2012년 774명, 2013년 685명 등 3년 동안 2천210여 명에 달했다. 하루에 2명꼴로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셈.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2만449명이 붙잡혔고, 연인으로부터 살해당한 사람도 143명이나 됐다. 이 중 상당수는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해 벌인 이별범죄였다.
이별범죄의 이유도 다양하다. 과거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남성이 이미 이 사고에서 벗어난 여성을 만날 경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게 되고, 여성에 대한 집착이나 분노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있다.
거절'거부를 참지 못하는 개인적인 성향이나 열등감도 이별범죄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불안정한 지위의 남성의 경우 이별에 쉽게 분노하고 이별 후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별범죄 가해자 상당수가 연애 전이나 연애 초기에 과도한 정성을 쏟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인을 위해 분에 넘치는 선물이나 이벤트를 하고 자신의 시간이나 인간관계를 희생하는 등 여자친구에게 모든 열정을 쏟는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별 통보를 받게 되면 '내가 어떻게 했는데'라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발생하고 배신감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
이에 연애 과정에서 연인의 성향을 잘 파악해 이별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이별범죄자들의 경우 평소에도 폭력적이거나 집착이나 질투가 심한 등의 공통적인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폭력 성향이 있는데도 참고 견디거나 이런 성향까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평강공주 신드롬'도 버려야 한다는 것.
올 5월 영어강사인 여자친구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충북 제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20대 남성의 경우에도 평소 폭력 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말에 분노해 살해한 그는 평소에도 피해 여성을 자주 폭행했다는 게 경찰의 얘기다.
제도적인 안전장치 등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도 높다. 미국의 경우 여성폭력방지법에 데이트 폭력 가해자는 반드시 체포하고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대구 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여성들이 연애 과정에서 남성들의 폭력 성향이나 집착 같은 것들을 사랑이라 치부하고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성향을 고려해 이별할 때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하고 이별 후에도 단둘이 만나지 않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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