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별 그만" 발달장애인들, 세상 향한 외침

일상 속 응어리진 아픔, 목청 높이는 자리 마련

발달장애인들이 다음 달 열릴
발달장애인들이 다음 달 열릴 '당사자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2015 발달장애인 당사자대회 준비위원회 제공

"차별로 응어리진 아픔을 터놓고 이야기합시다."

발달장애인들이 일상 속 차별과 불편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자리를 스스로 마련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구 발달장애인들은 다음 달 21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대회'를 연다. 권현미(28) 준비위원장은 "목표는 대구를 기반으로 '피플 퍼스트'(people first)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일상에서 벌어지는 차별은 물론 취업'주거 등 생활 문제에 대해 힘을 합쳐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했다. 피플 퍼스트란 지적'발달장애인이 중심이 돼 활동하는 조직과 운동으로 1960년대 스웨덴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퍼져 있지만, 아직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대회 준비는 발달장애인 11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기획에서부터 섭외, 구성 등을 도맡았다.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취지 아래 합심한 이들은 지난 7월부터 4개월째 일주일에 2번 이상씩 머리를 맞댔고, 장소 결정과 초청인사 섭외, 주제 결정, 후원 모집 등을 위해 직접 뛰어다녔다.

장소 선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엑스코와 호텔, 대학 등 여러 곳을 다녔지만, 공간 확보와 사용 비용이 걸림돌이 됐다. 또 일부 담당자들이 발달장애인의 어눌한 말투 때문에 장난으로 오해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구경북디자인센터로 낙점한 후 대회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

박재범(25) 위원은 "몇 년 전 한 대학으로부터 장애를 이유로 입학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이후 차별에 대해 힘을 합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느꼈고 이번 설문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요구를 담아낼 것"이라고 했다.

대회는 전체회의와 분과회의, 교류회 등 크게 3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전체회의에선 피플 퍼스트에 대한 소개와 설문조사 결과 발표가 이어지고, 분과회의에선 연애, 취업, 직장, 결혼, 자립 등 5개 주제로 토의가 이뤄진다. 교류회에선 직접 준비한 풍물과 디제이(DJing) 공연(클럽파티) 등이 계획돼 있다.

권 준비위원장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차별과 폭력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장애인이라서 무시당했던 이야기를 함께하다 보면 억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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