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긋불긋 색동옷 입은 '왕의 길'…가족끼리 신라의 향기 느낀다

천년고도 경부로의 가을 여행

연인들이 정겹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림의 가을 풍경이다. 경주시 제공
연인들이 정겹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림의 가을 풍경이다. 경주시 제공
가을을 한 아름 안은 경주가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사진은 무장봉. 경주시 제공
가을을 한 아름 안은 경주가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사진은 무장봉. 경주시 제공

한 왕조가 천년 동안 번영해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지붕 없는 박물관'인 경주의 가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경주에서는 얼마 전 59일간 열린 전 세계인들의 문화축전 '실크로드 경주2015'가 상시개장으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깊어 가는 가을, 가을의 한복판에 선 경주의 길에서 신라 향기에 섞인 가을 냄새를 맡는 것은 어떨까?

◆천년 역사의 길 '왕의 길'

왕이 행차했던 그 길이다. 울긋불긋 색색들이 붉게 물든 단풍 추령재 드라이브 길은 달리는 차 창문을 절로 내리게 한다. 경주에서 감포 쪽으로 넘어가는 경감로~토함산(추령재) 드라이브 길은 가을이면 다채로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감포 바다로 향하는 길을 더욱 즐겁게 한다.

추령재 드라이브 길에 빠져들 때쯤이면 왕의 길 출발지가 다가온다. 왕의 길은 신문왕 호국행차 길이라고도 불리며, 신문왕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걸었던 산길을 트레킹 코스로 구성했다.

걷다 보면 경사가 커 말이 넘어졌다는 '말구부리', 만파식적의 전설이 담긴 용연폭포, 신문왕이 잠시 쉬었다 세수를 하고 간 '세수방' 등 재미있는 이야기도 알 수 있다.

◆경주 힐링코스, 보문 호반 길 한 바퀴

경주 보문관광단지 보문호수를 온전히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보문 호반 길은 시민들의 운동코스며 관광객들의 힐링코스다. 한 바퀴 8㎞에 이르는 호반 길에는 최근 물너울교가 설치됐다.

친환경 점토 및 황토 소재로 포장돼 걷기에 이곳만 한 곳이 없다.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호반 길 어디에서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산책이나 조깅을 할 수 있다. 밤이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멀리서도 눈에 띄는 물너울교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보문호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반지형태를 띠고 있고, 물너울교는 다이아몬드 모양이어서 보문호 한 바퀴는 다이아몬드 반지와도 같다.

◆여름보다 더 멋진 가을 바다, '주상절리 파도소리 길'

경주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 길은 에메랄드빛 가을 바다 풍경과 은빛 억새 물결이 출렁이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3만여 명이 찾는다.

읍천항 벽화마을과 함께 경주 동해안 대표 명소인 주상절리 파도소리 길은 약 1.7㎞의 걷기 좋은 길. 시원한 바닷길을 따라 걸으면 부채꼴 주상절리(천연기념물 제536호)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이 길은 강원 고성부터 부산까지 이어지는 약 770㎞에 달하는 해파랑 길 경주 구간이기도 하다.

주상절리 파도소리 길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종착지이기도 한 읍천항은 그림이 있는 어촌마을로도 유명하다. '읍천항 갤러리'라고도 불리는 1.5㎞ 벽화테마 거리에는 마을 주민들의 작품인 명화, 동심, 사랑, 우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을을 더욱 설레게 하는 통일전 '은행나무 길'

통일전 앞 직선으로 뻗은 길을 따라 높고 넓은 가을 하늘과 맞닿아 있는 은행나무 길. 흩날리는 은행잎을 옷깃에 맞으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근처에는 숨겨진 가을 걷기 명소로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이 있다. 본래 산림환경조사, 산림 병해충의 친환경 방제 등 산림을 연구하는 연구기관이지만 관람객들에게 개방돼 가을에는 단풍나무, 은행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압축해 볼 수 있다.

◆은빛 억새 물결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 길'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암곡동)은 온 산을 가득 메운 은빛 억새로 유명하다. 148만㎡의 억새군락지는 가을이 되면 억새와 더불어 탁 트인 시원한 전경이 펼쳐진다. 무장봉(해발 624m) 일대는 신라 삼국통일의 역사가 서려 있는 무장사지와 더불어 무장사지 삼층석탑(보물 제126호) 등이 있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선덕여왕'이 촬영된 곳이다.

◆천년 신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월성 한 바퀴'

월성은 신라 5대 왕인 파사왕 22년에 처음 왕궁을 짓고 월성이라 이름 붙였다. 이후 935년까지 신라의 중심 궁성이었다. 신라왕궁 복원 핵심유적 정비 사업이 한창이라, 월성의 발굴 현장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신라시대의 우물도 볼 수 있다. 경주에는 나정, 재매정, 분황사 석정 등 신라시대 우물 60여 개가 있는데 월성 우물도 그중 하나다.

◆신라의 불국토 열정이 서려 있는 '동남산 가는 길'

월정교부터 시작해 염불사지까지 걷는 길. 복원 중인 월정교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으로 주변 동부사적지와 교촌한옥마을, 최 부잣집과 어우러져 발길을 사로잡는다. 총 8.3㎞에 이르는 소나무 군락과 바위에 새겨진 불상을 감상하면서 산책을 겸할 수 있는 힐링코스다.

◆옛 신라의 풍광과 역사를 고즈넉이 품고 있는 '삼릉 가는 길'

월정교를 출발해 삼릉까지 서남산의 역사문화, 자연을 볼 수 있는 길이다. 약 8㎞의 길로 3, 4시간이 걸린다. 국가지정 문화재 11곳과 경북도 지정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신라의 시작과 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신라의 시작인 박혁거세 거서간이 탄생한 '나정', 신라시대 절터와 탑이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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