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골료 리스트/넬로 스카보 지음/최종근 옮김/분도출판사 펴냄
아르헨티나도 군홧발에 짓밟힌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이 있었다면, 비슷한 시기인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아르헨티나에는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장군이 페론 정권을 무너뜨리고 세운 군부 정권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군부 정권은 겉으로는 '국가 재건'을 표방하며 20년간 혼란에 빠졌던 아르헨티나를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잔혹했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또 죽였다. 수천 명이 재판 없이 사형에 처해졌고 수만 명의 시민이 실종되거나 비밀리에 살해됐다.
이렇게 탄압받던 사람들을 숨겨주고 해외로 망명시킨 30대의 젊은 신부가 있었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지금은 교황이 된 신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당시 예수회 관구장이었던 베르골료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에 있는 산 미겔의 예수회 기숙사를 반체제 인사들에게 은신처로 제공했다. 이들을 해외로 안전하게 도피시킬 방법도 찾았다. 일명 '베르골료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웃한 브라질에 거처와 교통편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원망을 구축했다.
이 책에는 베르골료로부터 도움을 받은 12인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다. 정부에 의해 쫓겨난 여자 판사, 정권의 박해를 받은 노조활동가, 문학을 사랑한 평범한 청년 등이다. 이들이 베르골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는 장면들은 마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다.
저자인 탐사보도기자 넬로 스카보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베르골료의 행동은 사랑과 지혜를 겸비한 것이었다. 절박한 도움을 구하며 자신을 찾아온 수많은 이에게 향했던 사랑,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늪지대에서 처신하는 법을 알았던 지혜다." 264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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