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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말 세워 드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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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진박(眞朴)예산' '자기복제' '상왕정치' 등과 같은 낯선 막말로 대구경북을 겨냥했다. "대구경북 사회간접자본예산은 '진박 예산'으로 대구경북에 자기복제를 위한 상왕정치 토대 구축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손오공이 머리카락을 뽑아 자기복제하듯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경북에 자기복제를 하고 있다." "국민 혈세가 상왕정치 비용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

흔히 사람은 자신의 뜻을 말로 드러낸다. 물론 글로 뜻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글보다는 말이 쉽다. 말은 글과 기록으로도 뒷날까지 남는다. 특히 한번 내뱉은 말은 되담을 수 없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조심을 이야기한다. 배우고 깨우친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말을 세워 뒷날 드리우는', '입언수후'(立言垂後) 때문에 말과 글, 행동에 남다른 고민을 하는 이유다.

옛 사람이 말조심을 하는 데는 다른 까닭도 있다. 속담에서 이르는 '말이 씨 된다'는 가르침을 알기 때문이다. 부정적이고 피하고 싶은 말, 즉 금기어를 경계하고 되도록 말을 가려서 쓰는 것도 '말이 씨 될까' 두려워서다. 시험 보는 날 미역국을 피하고 연인에게 손수건을 선물하지 않는 등의 행동 역시 같은 이유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좋지 않은 것을 말하면 진짜 흉해진다'는 '설흉진흉'(說凶眞凶)이라는 말처럼 여러 금기어를 기피한다.

말조심은 정치인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말을 앞세우는 우리 여의도 정치인은 더욱 말을 삼가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여야 가릴 것 없는 정치인의 막말과 거친 말 행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손오공의 머리카락'이 아닌 '정치인의 세 치 혀'가 내뱉는 '막말의 자기복제' 탓이다. 막말과 거친 말은 이제 '여의도 말 문화'로 뿌리 내린 듯하다. 수억원짜리 '국민혈세'로 싸구려 막말이 자기복제되는 여의도 문화다. 막말이 씨 되어 나쁜 말을 계속 낳는 셈이다.

막말과 거친 말이 요즘 같은 편가름 정치판에서 '같은 편 결속'을 다진다는 나름 효과 분석도 있으니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 막말이 망국의 한을 품고 광복에 나선 독립운동가 후손인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안쓰럽다. 앞선 선조가 그렇게 소중히 여긴 이 나라 격을 좀 더 고민했더라면 막말과 거친 말이 횡행하는 여의도 말 문화에 '입언수후'가 됐을 것이다.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여의도에서 뱉은 말과 거기 서 있는 그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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