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가 내놓은 새 브랜드 '아이.서울.유'(I.SEOUL.U) 탓이다. 2002년 '하이서울'(Hi Seoul) 이후 13년 만에 서울시가 야심 차게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으나 역풍(逆風)이 거세다. '서울은 나(I)와 당신(U) 사이에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서울시 설명. 그러나 '내가 너의 영혼을 빼앗는다'(I soul you)는 의미로 들린다는 비판에다 '나는 너를 보았다'(I saw you) '내가 너를 팔았어'(I sold you) 등 갖가지 패러디까지 쏟아지고 있다. 박 시장이 속한 새정치민주연합마저 새 브랜드에 냉소적인 반응이다.
내년 하반기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이달 초부터 새 도시브랜드 만들기에 돌입한 대구시로서는 서울시의 곤혹스러운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시민들의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를 대체할 만한 참신한 브랜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밀라노 등 유럽 도시를 방문하고 돌아온 권영진 대구시장은 "도시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확산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했다. 도시브랜드를 잘 만들고,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도시브랜드는 그 도시의 정체성이 담긴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의 핵심 가치와 비전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성공으로 평가받는 도시가 미국 뉴욕이다. 관광산업과 지역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던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아이러브뉴욕'(I♥NY)은 전 세계인에게 '뉴욕, 꼭 가보고 싶은 도시'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은 시민의 절반이 외국인인 도시에서 '내가 곧 암스테르담'이라는 다문화 사회 속성을 잘 풀어내면서도, 기억하고 외우기 쉬운 특장을 갖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C-OPEN-HAGEN)은 도시 이름을 브랜드화하면서 'OPEN' 즉 개방성'다양성을 담아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대구가 앞서 든 도시들에 비견되는 브랜드를 갖기 위해선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 대구가 가진 정체성은 물론 미래 비전을 확실하게 담아내야 한다. 대한민국 발전을 이끈 선도 도시, 사통팔달의 중심 도시, 큰 인물이 많은 인재 도시, 콘텐츠가 넘치는 공연문화 도시, 산과 강이 어울린 자연친화 도시, 미래를 준비하는 창조 도시 등 우리 도시의 아이덴티티(identity)에다 "대구는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하는 지향점까지 두루 포괄해야 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두 번째는 '뚝심'과 '추진력'이다. 수십 년, 길게는 100년을 내다보고 도시브랜드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브랜드를 바꾸지 않고 정립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 "도시브랜드는 2% 부족하다 느낄 때 이를 꽉 깨물고 참고 바꾸지 않고 3대(代)를 내려가면 정착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는 다 그렇게 탄생했다"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조언은 대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도 같은 맥락의 얘기를 했다. 대구시는 그동안 장(長)이 바뀔 때마다 솔라시티, 첨단지식산업도시 등 새로운 도시브랜딩을 시도한 탓에 확고한 브랜드를 얻지 못했다는 것. 대구가 도약하려면 적절한 도시브랜드를 찾고 지역 청년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홍 총장의 처방은 백번 맞는 말이다.
'백가쟁명'(百家爭鳴),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위해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구 도시브랜드를 만드는 시민모임'이 지난 2일 출범했고, 홍철 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필자도 시민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와 같은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벌써 걱정이 앞서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뒷받침되면 '작품'이 나오리란 기대도 해본다. 도시브랜드의 자양분은 바로 '시민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