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57) 씨는 요즘 서랍장 속에 넣어둔 백화점 상품권을 어디에 쓸지 고민 중이다. 손녀를 봐주는 대가로 틈틈이 딸과 사위에게서 받은 상품권이다. 이 씨는 "친구로부터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와 요즘이 수수료를 가장 적게 떼는 시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조만간 상품권 취급 업체에 들러야겠다"고 했다.
명절 때 대거 풀린 '숙성(?)된 상품권'이 되돌아오고 있다.
1년 중 설'추석 명절과 가까운 기간에 '상품권 깡'(현금화 작업)을 할 경우 10만원 기준으로 많게는 3천~5천원 가까이 수수료를 떼지만, 요즘처럼 명절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 1천~1천500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주가로 치면 요즘이 상품권 몸값이 상한가인 동시에 상품권 깡치기의 적기인 셈이다.
4일 오후 찾아간 대구 수성구의 한 상품권 취급소. 가격표가 빼곡히 적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직원이 인사와 함께 '고객님이 사시는 가격'이라 적힌 네모난 종이를 건넸다. 메모지에는 백화점과 제화 상품권의 시세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은행 창구를 연상케 하는 번호판 아래에는 현금을 세는 기계가 여러 대 보였다. 여직원은 "요즘이 상품권 깡 수수료가 가장 낮을 때"라고 소개했다.
중구의 한 상품권 취급업소에서는 남자 직원이 상품권 다발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요즘은 상품권 시세가 높게 나오는 시기라 상품권을 판매하려는 고객이 많이 몰린다. 1천만원 이상 환전해가는 고객도 있다"고 귀띔했다.
상품권 업계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서만 추석'설 명절 때 풀리는 상품권 규모는 500억~700억원에 이른다. 2016년 말 신세계백화점이 입성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대구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별로 명절 상품권 판매액이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두 달 내에 회수되는 상품권은 절반 이하"라고 전했다.
결국 나머지 상품권은 장롱 속에 보관하고 있다가 상품권 몸값이 높아지는 요즈음 등장하는 셈이다. 현대'롯데'대구백화점의 10만원권 상품권은 9만원대 후반에 구입하거나 되팔 수 있다. 물량이 많은 명절 전후는 매매 가격이 1천~2천원 낮아진다.
상품권 깡이 불법 사금융과 연계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각종 카드값 연체로 더 이상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고, 대출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전문 사채업자에게 10%의 선이자를 떼고 카드와 신분증을 넘긴다. 그러면 깡 업자들은 이 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하고 수수료를 재차 뗀 뒤 현금을 지급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유통 업체별로 상품권 판매 실적 경쟁이 심해지면서 유통량이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량을 넘는 상품권 판매는 결국 유통 시장을 흐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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