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미소 -김현옥(1963~ )
이제는 할 말 있어도
말 못 하겠네
말이 벽이 되는 슬픔을 지나
이제는 할 말 있어도
고요한 미소로 말을 막겠네
말이 진실의 문 하나도 열지 못하는
절망을 지나, 이제는 할 말 있어도
서늘한 가슴에 묻어두겠네
세월 지나 그 사무친 말들
가슴에 연꽃으로 피어난다면
그 환하고 황홀한 순간
시들지 않는 시 한 송이
가슴 시린 그대에게 건네리니
가슴과 가슴 사이
시의 다리 위에서 나는 기다리리,
아름다운 염화미소를
(전문. 『그랑 블루』. 문학세계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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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 침묵은 말할 수 없는 그것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서의 침묵이다. 침묵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 "말이 벽이 되는 슬픔"과 "말이 진실의 문 하나도 열지 못하는 절망" 속에서 침묵으로서의 시는 "그 사무친 말들"을 꽃으로 피워내는 운동인 것이다. 최소한 시인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근대 시민으로서 미달된 것이라면 "할 말 있어도 고요한 미소로 말을 막"고 "서늘한 가슴에 묻어두겠"다는 의지는 과도한 절망이거나 낭만성이 아닐까?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말이다. 요즘의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염화미소=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일. 석가가 연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였을 때 가섭만이 그 뜻을 깨달아 미소를 지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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