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태맹의 시와함께] 염화미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염화미소 -김현옥(1963~ )

이제는 할 말 있어도

말 못 하겠네

말이 벽이 되는 슬픔을 지나

이제는 할 말 있어도

고요한 미소로 말을 막겠네

말이 진실의 문 하나도 열지 못하는

절망을 지나, 이제는 할 말 있어도

서늘한 가슴에 묻어두겠네

세월 지나 그 사무친 말들

가슴에 연꽃으로 피어난다면

그 환하고 황홀한 순간

시들지 않는 시 한 송이

가슴 시린 그대에게 건네리니

가슴과 가슴 사이

시의 다리 위에서 나는 기다리리,

아름다운 염화미소를

(전문. 『그랑 블루』. 문학세계사. 2013)

-------------------------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 침묵은 말할 수 없는 그것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서의 침묵이다. 침묵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 "말이 벽이 되는 슬픔"과 "말이 진실의 문 하나도 열지 못하는 절망" 속에서 침묵으로서의 시는 "그 사무친 말들"을 꽃으로 피워내는 운동인 것이다. 최소한 시인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근대 시민으로서 미달된 것이라면 "할 말 있어도 고요한 미소로 말을 막"고 "서늘한 가슴에 묻어두겠"다는 의지는 과도한 절망이거나 낭만성이 아닐까?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말이다. 요즘의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염화미소=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일. 석가가 연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였을 때 가섭만이 그 뜻을 깨달아 미소를 지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공천이 시도되자 지역 정치권에서 '민주정당이...
구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산동 6-2 부지에 최고 46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현재 구...
서울중앙지법은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라는 동생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으며, 동생은 퇴근 후 목욕 중 불평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작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파병 압박을 가했으나, 주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