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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 바람은 이합집산이 아닌 건전한 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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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 1시 탈당 만류를 위해 40분간 자택 앞에서 기다린 문재인 당 대표의 노력도 허사였다. 안 전 대표는 "새정치연합을 혁신하고 또 혁신해서 국민이 믿고 전권을 맡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라는 염원에 부응 못 했다"며 탈당 이유를 밝혔다. 그의 탈당은 지난해 3월 자신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을 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킨 지 1년 9개월 만이다.

어제 탈당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 대표에게 최후통첩한 당 혁신을 위한 '혁신 전당대회 개최' 제안이 거부당한 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끌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공천 주도권 다툼에 휩싸였고 주류와 비주류의 진영 논리는 더욱 강고했다. 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난 국민 지탄과 외면은 어쩌면 자초한 셈이다.

당을 맡은 이래 문 대표는 당 지도부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당이 주류와 비주류로 갈려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도 이를 통합하지 못했다. 잇따른 재보선 참패에도 책임지는 지도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안 전 대표 역시 스스로 만든 당을 깨고 나온 만큼 비판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 사람의 결별은 치졸한 당내 헤게모니 다툼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탈당으로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은 추가 탈당과 분당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면 야권은 또다시 이합집산을 거칠 것이고 새로운 정치 지형을 형성할 것이다. 안 전 대표가 탈당과 함께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체세력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고, 내년 총선과 앞으로 대선을 향한 야권의 새로운 정치세력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우려하는 점은 야권의 지리멸렬이다.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여당을 견제할 제1야당의 분열과 내홍에 따른 구심점 상실, 역할 약화는 당분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건전한 야당을 전제한다. 외발의 일당 독주 피해는 고스란히 나라와 국민 몫이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은 야권의 이합집산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여당을 건전하게 비판하고 견제하는 강력한 야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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